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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기업에 인센티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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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지난 1년여간 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단연 ‘시간선택제 일자리’였다. 그간 활발한 논의를 통해 그 필요성에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어 육아·가사·학업 등을 이유로 일자리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 다양한 고용 형태 활성화로 우수인력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국가 전체로 보더라도 고용률 제고에 가장 적합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런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현장에서 시간선택제에 대한 공감대가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 채용에서마저 일부 직군의 경우 예상보다 지원자가 적거나 입사 후 며칠 못 가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사회보험료 면제 등 중소기업 대상 지원방안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선뜻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먼저 근로자 측면에서 바라본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 기존 비정규직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보다는 비정규직이라는 ‘프레임’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채용을 진행한 기업들에 따르면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일수록 사회적 평판 등을 감안해 입사 초기에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개개인에 맞춘 근로형태를 두고, 외형만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정규직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정년 60세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대폭 증가한 데다 청년 고용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높아 이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확산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들조차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또 아직 채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언제 어떻게 구체화될지 모르는 입법 강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해 ‘차별금지 원칙’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전일제 전환청구권’ 등을 제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본래 일자리 형태란 기업의 필요에 맞게 시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법으로 동등한 대우를 강제하거나 근로자 요구대로 근로시간을 결정해야 한다면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의 고용 규제는 결국 노동시장 전체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스웨덴·독일·영국·일본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시간선택제가 전체 근로자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된 이후에야 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제 겨우 10% 수준에 이른 우리에게 법적 규제는 시기상조임을 시사한다. 여기저기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규제 없애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요즘이다. 시간선택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적 접근보다는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인센티브 등 기업지원책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