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 view &

중국 경제가 수상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중국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약 20여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수출은 25배, 고정자산투자는 50배 이상이 증가했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연평균 1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저렴한 제품을 공급해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국민에게 부가 축적되면서 소비가 크게 향상돼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런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현재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은 30%에 달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중국이 올해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상호의존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을 보면 중국 수출 금액이 2003년 미국 수출 금액을 추월한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3년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6%를 넘어섰다. 수입 역시 2007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금액을 넘어선 이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나라는 제1의 수입국이며,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다.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과 우리나라 경제와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압축적 성장을 이룩한 국가들을 보면 시스템의 변화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도 외형적인 성장과 변화의 이면에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이 내재돼 있다. 특히 과잉투자 및 과잉생산으로 인한 제조업 거품, 지방정부 부채의 급증,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의 급성장 등 네 가지 큰 리스크 요인이 있다.

 이들 4대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리스크 요인 자체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만큼 중대하지만, 이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곳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의 주요 자금 조달처는 부동산 사용권 매각과 그림자금융이며, 기업과 개인은 그림자금융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에 문제가 발생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지방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그림자금융에 투자한 개인들도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이는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와 같이 4대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경착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경제학자나 연구기관들이 중국 경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중국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대응책을 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경제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이 10%에 육박하는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은 점차 하락할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부품소재 산업 역량 강화와 고부가가치산업 육성 등 소위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로의 흐름은 우리나라 기업들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중국이 앞으로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혹시라도 중국의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 방향과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 확대, 인구구조의 변화, 도시화 촉진과 서비스산업의 성장 등은 우리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위험이자 기회다.

권선주 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