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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현문집·전기 잇단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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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 명현들의 문집과 전기·저서들의 출간「붐」이 일고 있다. 출판사·기념사업회·각 문중 등이 국역 또는 영인으로 출판하는 갖가지 선현들의 저술은 귀중한 역사 자료는 물론 「한국적 전통」 계발의 지침이 될만한 많은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최근의 고서출간은 주로 일제에 의해 왜곡되거나 억제됐던 한말 명현들의 저술이 많다. 특히 출판사가 전문적으로 간행하는 이들 저술은 우리의 근세사를 재정리하고 민족혼을 일깨우는 미공개 기록 등도 들어있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년 들어 출간된 근세 명현들의 저술만도 20책이 넘는다. 출판사 간행으로는 아세아문화사가 영인 출간한 『황현전집』(2책) ,『박규수전집』(2책),『강위전집』 (2책) ,『김택영전집』 (6책), 『이건창전집』 (2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19세기말 명현전집은 이미 3명의 전집이 나왔고 나머지도 오는 10월말까지는 모두 출간된다.
이밖에도 고경명기념사업회가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장군(1533∼1592년) 3부자의 순절 기록을 전기형식으로 펴낸 『정기록』이 국역 출간됐고 구한말 개화선각자의 한사람인 전길준의 각종 저술을 담은 『전길준 전서』가 일조각에서 출판됐다.
일제 병탄에 비분강개하고 음독 순절한 매천 황현선생 (1855∼1910년)의 전집은 『문집』을 비롯한 『독집』, 『시집』, 『야록』 등을 싣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손자로 대동강에 올라온 미국 상선 「셔먼」호를 불질러 버렸던 직재 박규도(18도7∼l876년)의 전집은 『문집』을 비롯한 조선조 철종때의 진주민란 상황보고서인 『수계』와 중요한 복식사의 자료가 되는 『거가잡복고』 등을 수록했다.
고 관당 강위 (1820∼l884년)전집에는 한말의 민란방지책을 상소한 『삼정?책』과 일본에서 구해온 그의 『배유일기』, 『배유담초』 등이 실려있다.
소호당 김택영(l850∼1927년)전집은 일제 때는 판매금지까지 당했던 『한사계』을 비롯한『한국역대소사』, 『조호당집』 등을 수록했고 명미당 이건창(1852∼1898년)전집에는 이조 당파싸움을 비판한 『당의통략』, 문집인 『명미당집』 등이 실려있다.
최근 사문학회가 현대어로 번역, 출간한 『송우암선생, 계녀서』는 현대 여성에게도 귀감이 될만한 유교적 합리주의와 절제·극기의 윤리를 잘 집약하고 있다. 이조중엽의 거유 우암 송시열 선생이 출가하는 맏딸에게 각종 범절을 적어준 이 책은 「부모와 남편을 섬기는 도리」, 「자식을 가르치는 도리」, 「친척과 화목하는 도리」 등 옛 여성들의 생활범절을 상세히 기록했다.
그리고 은진 송씨 경헌공파 종중이 영인 축소판으로 간행한 『송자서』는 규장각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정종대왕 어제선생 우암전』 등 귀중한 사료들을 수록하고 있다.
원주 원씨 중앙종친회가 역시 최근 국역 출간한 『탄민공 원두표실기』는 문중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전기로서 손색이 없다. 김견·이귀 등과 더불어 인조반정을 거사한 탄민공의 전기는 와전돼 오고 있는 당시의 야사부문을 각종 기록과 대조해 바로 잡기도 했다.
근래 발굴돼 일본학계에 까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말 성리학자호산 박문호선생(1845∼1918년)의 미공개 문집인 『호산집』을 비롯한 『풍림집』 『여소학』 등의 저술들도 문중에서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 고서출간은 출판사의 상업출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문중과 관련을 맺고 있어 때로는 고루한 문벌의식을 자극할 우려도 없지 않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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