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보수석 교체, 국민에게 설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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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의 홍보수석이 교체됐다. 새누리당 시절부터 그의 입 역할을 담당하던 이정현씨가 물러나고 언론인 출신이 새로 임명된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참모여서 이를 바꾸는 건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 영역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은 국민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그의 거취가 ‘대통령 자유의지’에만 묻힐 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정현 교체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먼저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못하다. 지금 정권은 총리임명과 내각·청와대 개편이란 중대 작업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게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이후 국정쇄신 차원에서 단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보수석 같은 주요 인물의 교체는 전체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른 부분은 놔두고 왜 이 자리만 급하게 교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체 이유도 불투명하다. KBS에 대한 외압논란과 연결되는 문책성인지, 아니면 정권취임 1년3개월간 누적된 피로인지, 개인적인 불가피한 사정인지 납득이 잘 안 된다. 당사자를 놓고 여권에서 7·30 선거 출마나 입각 등이 활발히 거론되는 걸 보면 문책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일에 지친 거라면 그것도 문제다. 그들의 유능 여부를 떠나 이명박 정권 때는 ‘순장(殉葬)조’라는 참모들이 있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분투하겠다는 이들이었다. 지금 정권은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럴수록 핵심 역할자들이 팔을 걷어붙여야 할 터인데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이가 청와대를 떠나니 이는 무슨 의미인가.

 그가 7·30 선거에 출마하거나 입각할 거라면 전체적인 개편구도 속에서 신중하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단지 새로운 자리를 위해 그가 시간을 벌거나 아니면 그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거라면 이는 정권의 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인사는 메시지다.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이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국민은 알아채기 어렵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변인을 바꾸면서 물러나고 들어오는 이들을 직접 기자실에 데리고 가서 설명했다. 국민에게 의문은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