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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감 선거, 결과 존중하되 제도는 손보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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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02면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보수여론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해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단적인 사례다. 교육감 직선제는 막대한 선거비용 등 문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이 무더기로 당선됐다고 곧바로 제도를 없애자는 건 치졸한 발상이다. 선거 불복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 보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어도 교총이 그런 주장을 했겠는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민이라면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기 전과 후의 입장이 달라선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게다가 교총은 4년 전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요구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함께 강력히 반발하지 않았나.

 또 실제 표출되지도 않은 진보 교육감과 보수 단체장 또는 중앙정부 사이의 잠재적 갈등을 예상하고는 미리부터 과민반응할 이유는 없다. 교육의 기본 가치는 보수·진보라고 다를 게 없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통 공약으로 내놓은 입시 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등은 정부가 9월부터 시행할 선행학습 금지법과 자유학기제 도입과 맥이 닿아 있다. 서로 상대방 주장을 경청하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게 이념적 편 가르기를 떠나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길이다.

 한편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수정은 당장 서두르기보단 4년 뒤인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추진할 사안이다. 문제점을 꼼꼼히 분석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대로 고쳐야 한다. 너무나 많은 돈이 드는 현행 직선제하에선 교육감이 자칫 전과자로 전락할 여지가 크다. 이미 전례가 있지 않나.

 게다가 후보들의 난립 또는 전술적 단일화에 따라 유권자들의 표심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기 쉬운 구조다.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 교육감들은 대부분 40% 미만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보수 후보들의 난립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의 공약이나 이념적 성향 덕에 승리했다고 본다면 착각이다. 당선되긴 했지만,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지지층보다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는 선거제도에서 나타난 대표성의 왜곡 현상이다.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진보든 보수든 어느 한쪽 후보와 지지자들은 그 부작용을 계속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 대안으로 교육감을 그 지역 단체장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삼는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단체장 후보는 당선을 위해서라도 명망 있고 능력 있는 교육감 후보를 택하려 할 것이다. 단체장의 개입에 따른 교육행정의 독립성 훼손도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즘 학부모 눈높이를 고려하면 교육행정에 단체장이 개입하면 다음 선거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비용 감축, 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책적 일관성 확보 등을 감안해 러닝메이트 제도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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