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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때의 잡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충격적인 사건하나가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한 책임자는 이런 말로 발뺌을 했다. 『외유중의 잡음으로 일으킨 문제』-성락현의원이「느닷없이」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을 때 길전식공화당 사무총장이 성의원의 사퇴이유를 따지는 기자들에게 한 해명이었다. 그는『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 이상 물을 필요가 없는 사건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길총장의 해명에 생각나는 일이 있다.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대통령에 재선된「닉슨」이「워터게이트」사건이 터졌을 때 보인 첫 반응이다.『민주당사무실에 도청기계를 설치한 녀석은 3류도둑 나부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바로 그「3류도범」의 행위가 저 황제적 권위를 누리던「닉슨」을 끝내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다.
정치는「결과책임」이라고 한다. 동기나 과정이야 어떠하든 간에 결과에 책임을 지는것이 제대로 되어가는 정치다. 책임을 지지않고「은폐」하고「발뺌」하려다 엄청난 비극을 겪어야 했던 것이「워터게이트」사건이 준 교훈이었다.
바닷물은 막아도 사람의 입은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성「스캔들」같은 사건이「외유중의 잡음」이라는「트릭」으로 슬쩍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공화당의 일부 간부들은 선거로 뽑힌 공인과 자연인을 가리지도 못할 만큼 순진했던 것인가.
언론을 적극적으로 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와 같다. 호미로 막을수 있었던 사건이 벌써 가래로 막아야 할만큼 번졌다. 성「스캔들」에「은폐작전」이라는 병발증까지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손주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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