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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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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부진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금년 1백25억「달러」의 수출목표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당국은 수출 비상령을 발동, 수출독려에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수출목표를 달성해야한다는 목표아래 수출「인센티브」의 강화와 수출 상사에 대한 가차없는 채찍질이 병용되고 있다.
수출실적이 부진한 종합장사들이 정부당국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어떤 일이 있어도 목표를 채우도록 엄하게 다짐되었다.
어려운 내 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한 목표는 기필코 달성한다는 열의와 집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며, 사실 이런 불굴의 정신이 1백억「달러」수출과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경제는 어차피 수출주도의 성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수출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 명제이다. 수출증대를 위한 관·민의 노력에 대해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그러나 수출이 아무리 절대적 명제라 해도 그것이 억지로 될 수는 없는 문제다. 우리의 수출규모는 이미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수출은 우리의 의지뿐 아니라 수입선의 사정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수출을 장기적으로 늘려가려면 그에 상응한 바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의 수출부진도 그 근본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효과적인 타개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수출상사들의 사명감이나 열의부족 때문이라면 수출독려로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나, 만일 그렇지 않고 그것이 근본적 수출경쟁력의 저하와 국제무역환경의 악화 때문이라면 채찍질에 의한 수출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 이 시점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수출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소망스러운 일인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출목표달성은 국민경제와의 조화 위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지 목표달성자체가 지상과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개발시동단계에선 수출목표가 절대적인 명제가 되고 이를 위해 모든 정책노력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국제수지 면에서 상당한 여유를 갖게되었고 지금 물가문제가 무엇보다 심각한 형편에서 수출목표달성에 그토록 집착할 필요가 있는지도 깊이 생각할 문제인 것이다. 물자부족이 심화되고 이 여건에서 수출을 늘리면 그 여파가 바로 물가에 올 것은 뻔한 일이다.
수출의 장기적인 증대를 위해선 물가안정에 의한 수출경쟁력의 제고가 더 소망스러울 것이다.
최근의 수출부진도 그동안의 내외「인플레」의 격차에 의한 한계수출의 탈락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가·노임·수출 원자재 값 등의 상승은 수출채산성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인 애로점을 놔둔 채 일시적인 수출지원이나 독려로써 수출을 계속 늘려 갈 수 있는가가 문제다.
남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중점은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이 목표와 수출강행이 어떻게 조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국내물가 때문에 수출제한 품목을 늘려가면서 수출목표는 달성하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책의 부조화라 볼 수밖에 없다.
수출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경제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 금년의 수출목표는 신축성 있게 운용하더라도 앞으로 장기적인 수출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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