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백화점 신세계·미도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백화점경영에 그대로 적중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팔고 있더라도 손님이 찾지 않으면 백화점은 별 볼일이 없게 된다.
손님을 끌자니 백화점은 매일 굿이라도 벌여야 한다. 물건을 사든 사지 않든 손님이 들 끊지 않으면 안 된다.
매일 굿을 벌이다 보니 소리가 날수밖에 없고 소리가 요란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백학점이 매일 싸움(?)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신세계와 미도파 이 두 곳이 바로 연일 계속되는 굿 소리의 본산이다.
두 백화점이 본격적인 라이벌로 등장한 것은 73년 12월. 이미 오래 전부터 수십 년에 절친 경쟁을 계속해 왔지만 73년 12월 대농 그룹 이 인수한 미도파가 직영체제를 갖추고 난 후부터 두 백화점간의 대결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신세계, 판매액 약간 앞서>
63년 삼성이 인수하여 69년부터 직영을 시작했던 신세계에 비해 후 발로 뛰어들기는 했지만 싸움은 만만치가 않다.
77년도 양 두의 판매실적은 신세계가 1백57억 원, 미도파가 1백34억 원으로 신세계가 약간우세 미도파는 9개 직영 슈퍼의 판매실적 합산치.
금년에는 신세계가 2백억 원, 미도파가 1백86억 원의 매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양 두가 비슷한 수준이다.
금년9월 미도파가 인수하여 개점을 서두르고 있는 구 성동역 자리의 가고파 백화점이 지점으로 문을 열게 되면 내년에는 3백억 원의 매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매실적뿐 아니라 양측은 ▲매장크기 ▲종업원 수 ▲취급상품 ▲직영 점 ▲판매방법 등에 있어 비슷하다.
신세계가 먼저 도입한 고객신용판매 카드 제를 미도파도 그대로 받아들여 본점과 직영 슈퍼에서 통용시키고 있고 정기적인 판촉활동도 연중을 통해 거의 같이 하고 있다.

<판매방법·직영점등 비슷>
TV 탤런트를 동원하며 판매전선에 나서게 하는가 하면 서독의 돌고래를 들여다 쇼를 벌이고 남사당 굿 놀이를 주최하기도 한다 이상 신세계.
그런가 하면 엄마·아빠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꽃꽂이 전시회·가전제품 전시회 등을 마련하여 사람을 불러들인다(미도파).
연중 몇 차례의 대 바겐세일 은 양 두의 단골 메뉴. 철 따라 벌이는 비치 용품 세일이나 학용품 세일 등도 자주 등장한다.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는 양쪽의 연간 판촉 비는 대외 비 사항중의 하나.
신세계는 매출액의 약 2%, 미도파는 1·5%정도를 쓰고 있다고 양 두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미도파는 이미 공개를 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판촉활동을 할 수 없지만 신세계는 비공개 회사여서 판촉활동을 기동력 있게 벌일 수 있는 것이 부럽다는 것이 임정규 미도파 사장의 솔직한 고백(?).
라이벌 관계에 있기는 하나 판매나 경영면에서 덤핑 을 한다 든 가 상대방을 비방하는 등의 더티·플레이는 없었다는 것이 양쪽의 공통된 주장이기도 하다.
지난 76년에는 양측 경영진이 만나 저녁을 같이하면서 대화를 나눈 적도 있고 실무진간에는 공동이익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서로 정보도 교환한다.
다만 가격에 관해서는 서로 사전에 협의하는 일이 없고 직원을 상대방점포에 파견하여 일일이 체크한다.
상품 메이커가 같고 일정한 마진을 붙이기 때문에 판매가격은 대부분 양쪽이 다 같으나 서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상품만은 다르다.
신세계의 독자개발상품인 피코크 상표가 붙은 제품이나 미도파의 직영 봉제 공장에서 출하되는 의류 등 이 그 대표적 케이스다.
비슷한 상품을 비슷한 가격에고 팔고 있지만 양쪽의 주력상품은 각기 다르다.
신세계의 주력상품이 식품인데 반해 미도파는 의류.
신세계는 지하실의 넓은 매장을 활용하여 고등채소·과실로부터 젓갈에 이르기까지 없는 식품이 없지만 미도파는 지하실의 보장여건이 나빠 다소 뒤지고 있다는 것.
그 대신 미도파는 30대 전후의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여성의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리적으로 봐도 패션의 거리 명동과 가까운데다가 주차장 시설관계로 자가용이 없는 젊은 층이 비교적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데서 주종 상품이 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자체의 넓은 주차장시설을 갖추고 있는 주변이 파킹하기에 좋아 비교적 생활기반이 잡힌 장년 층의 이용이 많은 편이다.
평화공존을 누리고 있는 양측은 내년 9월에 문을 열게 되는 롯데백화점의 출현으로 초긴장 상태. 롯데의 출현은 거리 상으로 인접한 미도파 쪽이 신세계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장크기도 두 배가 넘는 7천3백 평에다가 최신 설비, 풍부한 주차시설을 갖추게 될 롯데 가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부문가지.
따라서 양측은 모두 시설확장에 여념이 없다.
미도파는 가고파 지점이외에 영동에 1만평규모의 지점설치를 구상중이고 현재 9개인 직영슈퍼를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도 현재의 본점을 확장하고 영동에 본점 보다 더 큰 지점을 차리는 한편 75년 폐쇄했던 각 지점과 직영 슈퍼를 다시 개설, 우선 내년 중에 3, 4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상품권 없어져 매상 줄어>
현재 백화점 측이 요구하는 것은 유통질서확립을 위한 백화점법의 제정과 상품권의 부활.
손영희 신세계 대표이사는『현재 우리나라에서 백화점으로 호칭되고 있는 곳 중에서 진정한 의미의 백화점은 미도파와 신세계 두 곳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는 적어도 80%를 직영해야 백화점이 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점포를 임대하고 있는 백화점들은 사실상 종합상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사명칭의 남용으로 백화점에 대한 소비자의 이미지 가 흐려지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양측은 우려.
또 상품권발행중지로 연간 1백억 원의 매상감소를 겪고 있다는 백화점 측은 상품권이 부활되지 않는 한 획기적인 매상고 증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통업의 근대화를 위해서도 이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한다는 견해다. <고흥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