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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유산균음료(한국야쿠르트·해태유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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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신도 오래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요구르트」를 먹어라』라는 문 귀는 미국의 유명한 식품회사의 선전 중 일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수준이 점차 향상되면서 기호식품의「패턴」이 크게 달라져 가고 있다. 가공식품·음료보다는 천연음료나 건강에 좋다는 식품을 찾는 듯하다.
이 같은 수요「패턴」의 변화를 배경으로 최근 급 성장한 산업이 유산균 발효유 부문.

<남아돌던 우유를 활용>
71년 초 한국「야쿠르트」가 처음 시판하기 시작한 유산균 발효유(요구르트)는 당시만 해도 수요량이 하루 6천∼8천 병이었으나 현재는 전국적으로 2백50여 만병을 넘고 있으니 불과7년만에 2백 배 이상의 수요가 늘어난 셈. 이것은「요구르트」선발「메이커」인 한국「야쿠르트」(야쿠르트기업 이름)의 사세 신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대농대교수를 지내고 건대 축산 대 학장을 지냈던 현 한국「야쿠르트」사장 윤쾌병씨는 68년 우유소비가 극히 부진, 청주 등 일부지방에서는 축산농가에서 우유를 개천에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자 우유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요구르트」생산에 착수하게 됐다.

<아직「경쟁적 공존상태」>
69년 창업 당시 자본금 2억 원에 사원 20명·부녀판매원 40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1일 매상고 l백50만 명, 올해 매상계획 2백여억원에 이르는 등 성장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뻗어난다.
한국「야쿠르트」가 독점업체로 시장을 꾸준히 개발하자 이에 뒤질세라 해태유업이 뛰어들었다.「해태」는 생산초기부터 20만병을 내놓았다. 이때부터「한국」의 독점은 깨지고 「한국」과「해태」의 양극시대를 열었다.
해태와 한국은 경쟁보다는 상호협조와 시장의 본원적 확대에 힘써 해태유업에서 생산되는 우유를「한국」에서 갖다 쓰면서「데탕트」에 의한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한국」과「해태」는 제품자체수요가 워낙 폭발적으로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에 별다른 마찰 없이도 공영 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 동안 자체준비를 해 오던 서울우유·남양유업·대일유업 등 이 지난해부터 유산균 발효유 생산에 나서「요구르트」업계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거기에 유산균 음료「메이커」인 합동유산균·고려「야구」·삼강「사와」·요글「사와」 등 이 등장, 전국적으로 20여종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요구르트」수요는 대략 전국적으로 하루에 2백20만∼2백30여만 병에 달하고 있다. 시장점유 상태를 보면 한국이 1백20여만 병으로 1위, 해태가 70만병으로 2위, 남양 25만병 등의 순. 각 회사의 경영실무자들은 최근상태를『경쟁적 공존상태』라고 표현하면서 일본의 경우 인구의 10%가「요구르트」를 마시고 있는 것에 비추어 당분간 우리나라도 수요자체가 꾸준히 신장될 것이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홍원식 남양유업 이사) .
「요구르트」업계의 판매방식은 거의 예외 없이 대리점이나 직매점을 통한 부녀판매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제품이 섭씨5도 이하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유통단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그러자 니 가정·직장 외에 일반음료 판매업소에 제품출하가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부녀 판매제도는 일본「야쿠르트」에서 실시, 선발「메이커」인 한국「야쿠르트」에서도 이를 도입했고 현재는 후 발「메이커」들이 거의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윤쾌병 사장은『처음에는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이제까지 남편 봉급에만 의존해 온 여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아침마다 통을 메고 가정과 직장을 다니는 부끄러움을 긍지로 바꾸는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는데 처음 몇 년은 제가 직접 판매교육을 담당했지요』라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는다.「한국」이 출발 당시 시작했던 부녀판매원수는 40여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천여 명이 넘고 있다. 기타 해태·남양도 비슷한 판매망을 갖고 있어 이들「요구르트」업체들에 의한 부녀판매원의 고용효과는 거의 2만여 명에 육박.
부녀판매를 통한「세일」의 성공이야말로「요구르트」업의 비약적 신장에 결정적 도 대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최종원 한국「야쿠르트」영업이사)이라 그런지 각 업체가 이들 부녀판매원에 대한 복지제도에 꽤 신경을 쓰고 있다.「한국」은 새마을 어머니 배구 단을,「해태」는 복지병원 이용을,「남양」은 의료혜택 조합구성을 통해 이들의 의욕을 돋우고 시장개척에 따른「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성과거둔 부녀판매원제>
처음에 상당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던 부녀판매원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져 보험외무사원이나 화장품과 같이 불안정하지 않고 아침 한나절 근무해서 월 9만∼12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판매원이 되기 위한 경쟁 자체가 치열해졌다.
각 업체들은「요구르트」란 제품의「이미지」를 의식, 기업경영의 최우선 순위를『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기업의 정착화』에 두고 있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 『축산 진흥이란 정부 시책에 호응하고 국민 식생활 개편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업경영』(조건호 해태유업 대표이사), 『이익을 사회에 환원 할 수 있는 기본 체제를 출발 때부터 갖고 있는 기업』(윤쾌병 사장), 『민간기업으로는 최초의 기업으로 분유시장의 최대「메이커」란 긍지를 갖고 남양분유를 먹고 자란 아기를 다시「요구르트」를 먹으면서 자라게 하겠다』(홍두영 남양유업 사장)등의「캐치프레이즈」가 그것.
「요구르트」업계는 치열한 경쟁상태에 서서히 들어가고 있다. 아직 업체끼리의 과당경쟁은 수요의 자연증가로「커버」되고 있지만 수년 내에 업계 생산능력 확대속도가 수요증가세를 앞지르게 되면 기존시장을 확대시키려는 선발「메이커」와 기존시장을 빼앗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발해야 하는 후 발「메이커」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것은 자명한 일.

<수요 자연증가로 호황>
이에 따른 각 기업의 경영전략도 다양하다.「한국」은 생산능력이 하루 2백만 병 될 때를 대비, 기타 음료수 개발이나 기간산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해태·서울·남양·대일유업 등 종합유제품「메이커」들은 가능한 우유 생산시설을 이용한 생산과 판매의「컴플랙스·시스템」을 최대한 살려 대처하려 하고 있다.
『최근 참여한 업체들은 우리가 제품자체를 먼저 인식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한국·해태 측) 라는 선발업체의 주장과『늦었지만 제품의 질과 이미 개척한 유제품「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무시 못할 것』이라는 맹렬한 의지가 묘하게 융화되면서도 언제 부딪칠지 모르게 팽팽한 긴장상태를 보이는 것이 최근의 업계분위기.
축산진흥만 부르짖고 우유소비 증대 책에 무관심한 정부시책에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요구르트」라는 제품이고 보면「요구르트」가 과연 한국인의 건강에 얼마나 좋으냐는 과학성 시비를 떠나서 당분간 큰 호황을 누릴 것이 틀림없다. <장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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