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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기 높은 워싱턴「서울기원」|극성목공「팬」, 바둑판 짜 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생 뻘 되는 조남승 군의 자동차편으로「워싱턴」에 도착했다.
미국의 수도「워싱턴」에는 교포가 약 3만5천명정도 있다고 하는데 중심 가에서 약 20분 걸리는 곳에는 기원도 있었다.
「서울당구장」이란 간판아래「서울기원」도 끼어 있었는데 16개의 바둑판이 놓여 있는 이 기원은「워싱턴」바둑협회장 이종수 3단(의사)의 도움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곳에도 「필라델피아」에 못지 않게 강자들이 많았으며 이분들이「워싱턴」의 바둑계를「리드」하고 있다고 한다.
약 50명의 미국인들이 별도로 바둑「클럽」을 만들고 있지만 실력 면에서 우리 교포들이 사범 격이어서 미국인들은「서울기원」을 수시로 찾아와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그야말로 광적인 사람도 간혹 있어「기」자를「프린트」한 T「셔츠」를 입고 다니는가 하면 자동차에도「기」자와 바둑판을 그려 붙이고 다니는 미국인도 있었다. 더욱이 목공일을 하는 어떤 미국인은「서울기원」에 바둑판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고 고영일 3단은 귀띔해 주었다.
고 3단은 한국기원에서 전문기사와도 자주 어울렸던 분으로서 자동차「서비스」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고교출신이라는 이종석 3단은 서울에서 일류재단사를 초빙해 양복점을 경영한다며 점포에 진열된 상품을 필자에게 한아름 주는 바람에 가져오기가 벅찰 지경이었다.
이밖에 서울의 기원 거리에서 한때나마「봉」으로 소문났던 이병덕 3단은 이미 68세의 할아버지로 변했지만 아직도『젊은 사람에게 질게 뭐냐?』며 밤늦게까지 바둑을 두고는 30분 거리인 자기 집으로 차를 모는 정력을 보여줘 마음 든든했다.
그런가 하면 이 할아버지보다도 서너살 위인 이원국 2급은 미 주 태권도연합회 회장이란 직함과 같이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은 쟁쟁한 인사들이 모인 곳에 특히 바둑을 즐기는 김용식 대사가 지난해부터 대사 배를 기증하여 바둑「팬」들의 사기를 돕고 있었다. 대사관을 예방했더니 김 대사는『점심이라도 같이 하자』며 대단히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필자의「워싱턴」방문기념을 겸하여 제2회 대사 배 쟁탈 바둑대회가 중앙일보「워싱턴」 지사주최로 5월20, 21일 양일간 서울기원에서 열려 30여명이 열전을 벌였다. 대사 배와「컬러」TV를 차지한 영예의 우승자는 4시간 거리인「필라델피아」에서 원정 온 하대홍 씨였고 준우승은 대사관에 근무하는 서대원 4단, 3위는 고영일 3단, 4위는 이종수 회장이 각각 차지했다.「워싱턴」바둑협회는 이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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