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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성 「컴퓨터」는 바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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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찍이 한반도정세를 분석, 「카터」의 주한미지상군 철수를 지지했던 미 국방성 「컴퓨터」가 별로 쓸모가 없다는 수난에 빠졌다.
미 국방성이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분석을 위해 거대한 「컴퓨터」망을 실치 하느라고 무려 10억「달러」(5천억원)의 경비를 들였으나 실제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은 적이 거의 없어 예산낭비라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군 지휘와 통제체제(WWMCCS)로 불리는 「컴퓨터」망을 완비했으며 인공위성을 중계로 세계 26개 미군사령부에 「컴퓨터」망을 완비했으며 전 세계 수백개「터미널」과도 연결되어 있다.
지난 71년에 설치된 이래 매년 운영비만 1억「달러」가 넘는 대대적인 「컴퓨터」망이다.
그러나 이렇듯 값비싼 「컴퓨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 지휘관들은 긴급시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전화를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유는 「컴퓨터」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내용이 부정확하기 때문.
국방성의 통신지휘통제국장 「페리·넌」 대령은 『위급시에 지휘관들이 「컴퓨터」를 외면하고 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는 「컴퓨터」가 비능률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방성 「컴퓨터」에는 매일 2천8백개의 새로운 자료가 주입되고 있지만 위기에 정작 필요한 경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큰 결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게릴라」가 비행기를 공중납치해서 중동사막을 헤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즉각 필요한 정보는 ①가장 가까운 비행장의 위치 ②그 비행장의 활주로 길이 ③납치된 비행기에 연료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 등이다.
그러나 이 경우 「컴퓨터」애 해답을 의뢰하면 「컴퓨터」는 인근 국가에 있는 모든 비행장 이름을 나열할 뿐 그 밖의 정보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한다. 지난 76년 「레바논」정부가 붕괴되고 미국인들을 철수시킬 필요가 있었을 때 「컴퓨터」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을 국방성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군사 「컴퓨터」의 또 하나의 맹점은 각종 정보에 매겨진 비밀등급과의 조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위기에 처했을 때 허가 없는 「컴퓨터」조정자에게 1급 비밀을 알려주자니 위법이 되고 안 알려주자니 마땅한 해답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얼마 전 국방성내에 민간인들이 「컴퓨터」로 한반도 정세를 분석한 것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는 군부의 강력한 반발을 받은 적도 있다.
결국 군사작전에 관한 한 국방성은 「컴퓨터」에 별로 대단한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건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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