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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과 데카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프랑스」의 대학 입시철은 6월 하순에 시작된다. 올해도 33만6천9백명이 BAC에 응시했다. BAC란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의 준말로 「소르본」을 비롯한 각 대학이 바로 시험을 치지 않고 허가한다.
BAC의 계절이 와도 학부형들이 한국처럼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이 열병을 앓지 않는다.
『우리는 위험을 겪지 않고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가』『육체·영혼·정열에 관한 「데카르트」의 원전을 분석, 비판하라』 『민주주의에 관한 「스피노자」의 원전을 비판하라』 같은 78년 BAC문제들을 보면 학원의 주입식 교육으로 해답을 작성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프랑스」의 고교생들은 이 때문에 열심히 공부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BAC수험생이 있는 집은 보통 새벽 3시까지 불이 켜져 있다.
수험생들에 비해 학부모들의 교육관은 딴판이다. 『우리 딸이 너무 공부해서 큰 일입니다. 약제사가 되기 위해 「바칼로례아」에 합격하겠대요. 그러고도 대학에서 7년을 공부해야 하지 않아요? BAC를 안해도 은행이나 체신성 등에 얼마든지 안전한 직장을 얻을 수 있는데….』딸이 시험 치러 간 날 아침에 만난 「모레」여사의 한탄이다.
자녀들보다 한술 더 떠 일류 병에 걸린 한국 학부모들과는 별천지의 사람들 같다.
누구도 학벌 좋다고 쳐다보지 않고, 직업에 귀천이 전혀 없고, 밑에서부터 다져 올라 온 평등 등이 사회주류를 형성하는 풍토가 부럽다. <주섭일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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