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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기업 그 경영과 전략(2)-구두 금강 「에스콰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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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명동은 구두의 거리다.
금강 「에스콰이어」 「엘칸토」 「슈발」 「레오파드」 칠성 「비제바노」 「케리부룩」 「사르비아」 「올림피아」 개명 「쏘니」 「부라운」 등 국내의 유명제화점들은 모두 이 거리에 본포를 차려놓았고 그 주변에는 1백여개의 구두「살롱」들이 몰려있다.

<한해 3백만 켤레 팔려>
제화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의 전국 구두매출액은 약3백억원(3백만 결례)-. 그중 반 정도는 명동에서 팔렸다는 추산이다.
명동이 제화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양적인 면에서도 상당하지만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거의 절대적이다.
구두에 관한 한 명동을 제패해야만 전국을 넘을 수 있고 세계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그래서 이 명동을 놓고 벌이는 제화점들의 판매경쟁은 「구두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명동을 먹은」기자는 금강과 「에스콰이어」.
금강제화주식회사(대표 신희철)는 지난해 국내판매 42억원, 수출 8백60만「달러」등 83억원어치를 팔았고 올핸 내수60억원, 수출1천만「달러」의 목표를·세우고 있다.
「에스콰이어」제화주식회사(대표 이인표)의 매출액은 지난해 국내판매40억원, 수출 4백70만「달러」, 올해목표 내수 70억원, 수출 8백만「달러」로 금강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구두의 기능은 ⓛ발 보호 ②충격방지 ③멋 등 3가지로 본다.
현대는 이 세가지 중 「멋」을 최대한 강조한 『구두「패션」시대』라고 한다.
이 구두「패션」시대를 가능케 한 것이 기성화이며 금강과 「에스콰이어」는 바로 기성화의 선발기업.

<뉴욕에 직영점포 개장>
금강이 문연 것은 1954년. 서울적십자병원 건너편에 구두방을 차린 김동신씨(57·현재회장)는 직장단위의 신용판매에 성공, 62년에는 금호동에 기계와 공장을 설립하고 같은 해 명동으로 진출했다.
김 회장의 손가락은 항상 노랗기로 유명하다. 『구두는 생화처럼 피어있어야 된다』고 진열장의 구두코를 모두 손가락으로 문질러 윤을 내기 때문.
김 회장은 제화에 기계를 처음으로 도입한 장본인이지만 『구두는 기계로 만들 수 없다』 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구두의 틀은 기계로 찍지만 잘 만들고 편하게 만들려면 사람의 손이 가야 하므로 기계이용은 어디까지나 생력화에 불과하다는 것.
세계시장 진출이 평생의 꿈이었던 김 회장은 올해 「뉴욕」번화가에 30, 50평짜리 직영점포를 2개 개장한 뒤 6월1일자로 사위 신씨(38·대표이사사장)와 맏아들 김성환씨(33·대표이사상무)에게 뒤를 맡기고 물러앉았다.
『구두에 인생을 바친』 김 회장이 키운 금강은 현재 국내 점포만 7개(명동2개 등 서울6개, 부산1개)에 산하기업으로 「비제바노」제화점, 대양화성(캐주얼구두), 「랜드로버」(구두밑창제조) 등을 거느린 대기업. 종업원 2천여명에 제화능력 일산 8천 켤레로 올해 안에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에스콰이어」의 개장은 금강보다 7년 늦은 61년. 연극연출을 하며, 부업으로 양품점을 하던 이사장은 간혹 갖다 파는 미군 PX기성화가 의외로 잘 팔리는데 착안, 처음부터 기성화전문을 간판으로 내걸고 명동에 나섰다.
『기성화를 팔려면 무엇보다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이사장의 전략은 그대로 적중해서 「에스콰이어」는 순탄하게 성장을 계속했다.
「에스콰이어」의 가장 큰 자랑은 지난해 구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기술상·우아상 두부문의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에스콰이어」의 제화능력은 일산 3천5백 켤레. 기계화 율은 남화 60%, 여화40%이며 점포는 금강과 같은 7개(명동2개 포함, 서울5개, 부산·대구 각1개).

<본고장 오스카상 수상>
「에스콰이어」도 금강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에 기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광속설 가운데 『세계 어디를 가나 밤꽃 값은 구두 값과 같다』는 말이 있다. 금강·「에스콰이어」의 구두 값은 1만∼2만원선이나 대미 수출가격은 15「달러」선(7천5백원)이며 현지에서 45「달러」쯤의 정가표가 붙는다.
이애 비해 「이탈리아」의 「굿지」나 「프랑스」의 「피에르·카르댕」은 1백「달러」이상이나 되며 어쩌다 명동에 이런 상표가 불은 구두가 왔다하면 20만원 이상을 홋가 한다.
속설로 보더라도 국내 구둣값은 조금 싼 셈이다. ⓛ당국에서 물가안정책의 일환으로 남화8천3백원·여화7천3백원에 묶고 있고 ②업체간의 경쟁이 심해 공장에서 소매점으로 직송, 중간「마진」이 없으며 ③고급원자재인 「카프·스킨」(생후 6개월 이하의 송아지가죽)이나 「키트·스킨」(생후 6개월∼1년6개월)의 수입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동을 둘러싼 제화업계의 「구두전쟁」은 원자재 수입자유화에 따라 고급화가 싸움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또 올해 반도·율산「그룹」 등 대기업의 진출로 싸움의 열도도 극도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회사 태화의 「슈발」(대표 임승택)은 지난해 명동점포에서만 10억원의 매상을 올린데 힘입어 금년4월 일본 「유니온」상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9월부터 최고급화를 선보일 계획.

<고급화가 싸움의 초점>
고급기성복으로 재미를 본 우도는 율산과의 경합 끝에 명동최대규모인 1백80명짜리 「매머드」점포를 확보, 9월부터 수출용구두 「쟈가」를 시판한다.
한편 지난해 제3위를 「마크」한 「엘칸토」는 제품고급화와 함께 과감한 광고전을 펴고 있고, 60년대에 금강과 함께 어깨를 겨루었던 칠성은 경영주의 변경을 계기로 권토 중래를 벼르고 있다.
명동주변에 깔려있는 고급구두「살롱」은 모두 1백3개(6월말 현재). 「살롱」구두는 한 켤레 2만원에서 15만원까지 하지만 지난해 명동에서만 70억원 어치가 팔렸으며 올해는 1백억원 어치쯤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엄청난 고급화시장을 누가 먼저 침범해서 차지하느냐에 따라 「명동의 왕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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