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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받은 신약 '팩티브' 경제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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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생명과학의 신약 '팩티브'가 국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 의약 수준이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음을 보여준 쾌거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FDA에 신약을 등록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독일.일본 등 10개국뿐이다. 우리나라로서는 1897년 최초의 근대적 제약사인 동화약품이 문을 연 이후 1백6년만의 일이다.

이번 승인은 전세계에 한국 바이오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게 하는 자극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 따르면 호흡기 질병 치료제인 팩티브는 현재 널리 쓰이는 미국 회사 제품의 3분의 1만 먹어도 같은 효능을 내는 데다 재발률은 더 낮다.

이같은 특성은 팩티브가 화학구조상 '퀴놀론'계통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호흡기 계통에는 그간 페니실린계 등의 약이 주로 쓰여 병균이 여기에 내성을 가졌으나 퀴놀론계에는 취약하다.

LG는 3년뒤 팩티브의 연간 매출이 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미국의 진소프트사에 팩티브의 북미.서유럽 지역 판매 독점권을 주기로 계약을 했다.

계약시 5백만달러, FDA 승인을 받을 때 5백만달러 등 단계별로 총 4천50만달러(약 5백억원)를 받고 판매액에 따라 매출의 15~20%를 기술료로 받는다.

팩티브는 LG의 홍창용.남두현.김인철 박사 등을 주축으로 1991년 개발을 시작했다. 다국적 제약사 GSK와의 공동 해외 임상시험을 거쳐 99년 FDA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실패했다. 그 뒤 자료 보강 등을 거쳐 이번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LG는 GSK의 투자분을 합쳐 팩티브 개발에 총 3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GSK는 그러나 지난해 4월 공동개발을 포기해 현재는 팩티브에 대한 기술료 권한이 없다고 LG측은 설명했다.

국내에서 제2, 제3의 FDA 승인 약품이 잇따르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 업계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국내 제약사들은 건강식품이나 선진국의 약품을 모방한 '카피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돈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에는 관심을 거의 두지 않은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공인을 받은 신약은 팩티브를 포함해 다섯개뿐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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