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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철 바둑미국 종횡기<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매사추세츠」 주 바둑협회는 지난해 발족했으나 정회원 60명에 법인체로 돼있어 괄목할만하다.
회원의 절반은 「하버드」대와 MIT공대의 학생이고 나머지 절반이 교수와 일반인이다. 여기 재미있는 것은 주로 수학이나 「컴퓨터」 관계자들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곳「하버드」대학 구내식당 한 구석에서 겨우 죽고 사는 「룰」정도 아는 친구들끼리 장난 삼아 두었는데 이를 구경하던 학생·교수들이 신기하게 보였던지 차차 동호인들이 불어났다고 한다.
이 소문이 번져 외부사람들까지 모여드는 바람에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아지자 이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현 회장인 「아셰임·스키프」씨 부부가 앞장서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래도 부족하여 「스키프」씨 부부가 충당, 「보스턴」 시내에 기원 전용건물을 얻고 법인체로 등록까지 했다는 것이다. 초창기의 발기치고는 순조로웠던 셈이라고 할까.
이곳 바둑계는 앞날이 매우 밝다고 본다. 「스키프」 회장은 바둑을 연수하기 위해 지난해 3개월간 일본 기원에서 지도를 받았다고 하며 이곳 수준으로 2단이다. 그의 아리따운 부인 역시 부군에게 6점으로 대결하는 실력이라고 한다.
또 「닌스·보브」 초단(우리의 4급 정도) 「컴퓨터」 전문가인데 76년 1년간은 바둑과 일본말을 배우기 위해 일본기원에 유학했다는 열렬한 「팬」이다. 앞으로 1년만 더 유학해 바둑과 일본문학을 공부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에 들렀을 때 「보브」씨를 물어봤더니 과연 일본기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스키프」회장은 자신이 아동문학 작가인 관계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보급하는 한편 국민학교에 정규과목으로 편입시켜 보려고 노력중이라고 한다.
이곳「보스턴」에도 일본 기사들이 이미 지나간 곳이었다. 즉 5년 전에는 「오오꾸보」(대와일현) 9단과 「나가하라」(장원방명) 6단이 다녀갔고. 작년엔 「하네」(우근태정) 8단과 「하루야마」(춘산용) 7단이 왔었다고 한다. 이토록 일본기사들의 내왕이 끊임없는 탓으로 일본기원에서 발행하는 영문 바둑 책이 보급되어 있었다.
그래서 바둑이 GO(일본말로 바둑이란 말)라고 알려져 있었으며 또 바둑 용어도 단수는「아다리」, 축을 「시초」, 장문을 「계다」란 식으로 일본말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자신들의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기네들 나름대로 고쳐보려는 노력이 뚜렷해 보였으니 즉 축을 「사다리」란 표현으로 바꾸는 등 나름대로 머리를 쓰는 것 같았다.
일본기사들의 내왕이 끊임없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3, 4일 정도의 체재였고 또 이분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계획적인 지도나 보급활동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고 본다.
이곳 「보스턴」에서도 타지방과 같이, 우리 교포들의 바둑 실력이 월등해 말하자면 사범격으로 활약하는 셈이다.
우리교포들은 말이 유창하고 의사 소통이 잘 되어 바둑 용어도 차차 우리말이나 영어로 바꿔놓고 있었으니 진실로 흐뭇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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