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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딜리리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금년의 「월드·컵」 축구 대회는 유난히 떠들썩했던 것 같다. 국내 TV도 연일 심야에 녹화 중계를 보여 주는가하면 신문들도 대서 특필을 아끼지 않았다. 대서양 연안 남미에서 벌어지는 일이 무슨 지구의 행사처럼 세상을 흔들었다.
근착 「타임」지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인류의 4분의 1이 TV를 통해 「월드·컵」 대회를 보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린 아기 그리고 부녀자들을 제외하면 지구인의 거의 모두가 이 축구 경기를 지켜 본 셈이다.
「타임」지는 축구를 「메일·딜리리엄」으로 표현했다. 「남성적 광희」의 경기라는 뜻.
광활한 초원의 경기장 (1백10m×75m)을 야생마처럼, 혹은 승냥이처럼 종횡으로 달리며 차고 딩구는 모습은 섬세한 「룰」 속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운동 경기보다도 남성적이고 장쾌하다.
모든 「스포츠」는 그 기원을 「자연 발상」과 「창안」,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야구·테니스·농구·배구 등은 미묘하고 복잡한 「룰」들에 묶인 인공 「스포츠」다. 규칙들의 섬세한 「필링」을 모르고는 보는 재미도 없다.
그러나 축구는 육상·레슬링·수영·경마·궁도 등과 같이 자연 그대로의 경기다. 거칠고 위험하고 저돌적이다.
금세기 굴지의 명선수로 꼽히고 있는 「네덜란드」의 「요한·크라이프」는 바로 그런 이유로 이번 「월드·컵」 대회에 참가를 거부했었다. 『불구자로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역시 최고의 명선수였던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는 그런 「크라이프」에게 공개 서한까지 보내고 참가를 종용한바 있었다.
남미 축구를 흔히 「곡예 축구」라고도 한다. 세기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남미에서 열리자 그 「곡예 축구」도 하루아침에 「야생마 축구」로 변모했다. 선수들이 불구를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축구의 기원을 보면 어딘지 야만적인 「무드」를 숨길 수 없다.
고대의 「바이킹」족들이 궁리해낸 경기라고 한다. 그러나 일설에는 영국인들이 적의 머리를 잘라 그것을 발로 차고 야유하던 끔찍한 놀이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오늘의 축구는 l863년 영국 축구 협회의 주도로 마침내 통일 규칙을 만들어 정착되었다. 「사커」라는 영어 표현도 원래는 「애소시에이션·풋볼」의 은어이다.
「월드·컵」이 시작된 것은 1930년부터. 4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이 제11회. 「스포츠」는 대중의 아편이라는 말이 있다. 인권 탄압 등으로 정정이 어지러운 「아르헨티나」에서, 더구나 그 주최국이 우승을 한 것은 아편치고는 최고의 효험을 발휘할 것 같아 고소를 머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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