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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민간 경협 협의 기구 구성하자|박 대통령, 「6·23 선언」 5주 맞아 제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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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남·북간의 교역, 기술 협력, 자본 협력의 질을 트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쌍방의 민간 경제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남·북간 경제 협력 촉진을 위한 협의 기구」 구성을 제의하고 필요하다면 관계 각료 회의를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3일 「6·23 평화 통일 외교 정책 선언」 5주년을 맞아 특별 담화를 내고 이 같은 제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제의가 실현될 경우 남북 동포의 복리 증진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북한 당국이 허심탄회하게 이에 응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적십자 회담·남북조절위 등 기존 대화 기구의 무조건 재개와 상호 불가침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대통령 특별 담화는 이날 상오 10시 임방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북한 당국이 이 제의를 수락한다면 정부는 즉각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각계 논평 2면에>

<박 대통령 특별 회담-전문>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가 6·23 평화 통일 외교 정책 선언을 외부에 천명한지 오늘로 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6·23선언의 기본 정신은 조국 통일의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대화를 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남북 동포의 복지 증진과 공동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평화 통일의 기반을 하나하나 착실히 다져나가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이와 같은 인념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이 땅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꾸준히 이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공산 집단은 우리의 이 같은 평화 제의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5천만 겨레의 여망이 담긴 남북 대화마저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말았습니다.
또한 근래에 와서는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간의 대화는 외면한 채 소위 「대미 협상」을 들고 나오는 등 엉뚱한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저의는 아직도 무력 적화 통일에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조국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하며, 따라서 먼저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은 남북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회복해 나가면서 쉽고 실제적인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우리는 6·23 선언에서 통일의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남북이 같이 「유엔」에 가입할 것을 제의했으며,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첩경입니다.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도 국가간에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정치 이념이나 체제를 초월하여 실질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상호 교류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넓혀 나가는 것이 일반적 추세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 나는 북한측에 대해 무력 적화 통일의 망상을 깨끗이 버리고 하루빨리 기존 대화 기구의 무조건 재개와 상호 불가침 협정 체결에 응하여 남북간의 긴장 완화와 거듭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의하고자 합니다.
같은 피를 나눈 동족으로서 5천만 동포의 복리와 민족사의 장래를 내다 볼 때, 우선 남북간의 교역, 기술 협력, 자본 협력의 길을 트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쌍방의 민간경제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남북간 경제 협력 촉진을 위한 협의 기구」의 구성을 제의하는 바이며,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관계 각료 회의를 가질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나는 우리의 이 제의가 실현될 경우, 남북 동포의 복리 증진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한국 당국이 허심탄회하게 이에 응해 올 것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번영된 복지 사회를 건설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 목표이자 5천만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만난을 헤치면서 국력 배양에 총력을 경주해왔고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갖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오직 이 과업을 하루빨리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절실한 민족적 숙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땅에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남북은 다같이 민족의 소명 앞에 겸허한 자세로 이 어두운 구름을 제거하는데 힘을 합해야만할 것입니다.
우리 앞에 어떤 난관과 도전이 있다해도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우리 국민의 굳은 의지가 있고 단결이 있는 한 반드시 평화 통일의 길은 열리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 모두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 중흥의 대도를 힘차게 매진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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