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하버드 졸업식 축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졸업식에 참석, 조지 부시 전 대통령(오른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케임브리지 AP=뉴시스]

“1950년대 우파가 좌파의 견해를 억압했다면, 오늘날 대학에선 진보가 보수를 억압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에서 보수 인사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마이클 블룸버그(72) 전 뉴욕 시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리버럴 매카시즘’(50년대 미국을 휩쓴 반(反)공산주의 선풍과 대비되는 진보주의자들의 보수주의 탄압)을 비판했다. 그는 축사 내내 “타인의 생각에 대한 관용과 내 의사를 표현하는 자유는 뗄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학생들의 반발로 대학 졸업 축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럿거스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스미스칼리지에서 정치 성향과 이념을 이유로 학생들이 반발해 연설을 취소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못마땅한 이들의 입을 막아버렸다”며 “무척 분노할 일이고 근절돼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 학생들이 듣기를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가”라며 “침묵이 아니라 토론을 이끌어내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말하고 싶은 자유를 원한다면 상대방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며 “편견 없이 다른 편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블룸버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과 함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주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