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 글로벌 기업 진화 … 삼성이 모범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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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삼성이 가족경영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한 아시아 기업의 성공 사례라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1일 ‘정복할 세계(A world to conquer)’라는 제목의 아시아 기업 특집 기사에서 아시아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8%,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7%를 차지하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 중 ‘수퍼스타’는 한국의 삼성, 일본의 도요타 정도만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기업이 여전히 브랜드파워나 국제화 정도에서 미국·유럽의 기업에 밀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을 ‘가족경영 기업 집단(family conglomerate)’ 단계를 넘어 글로벌 다국적 기업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0년대 삼성의 기업문화 글로벌화, 성과 기반 보상시스템 구축, 외국인 채용 등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또 그룹 사업을 삼성전자 중심으로 집중해 당초 벤치마킹했던 일본 기업 모델을 극복했으며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을 24%나 늘린 점 등을 주요 사례로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승계를 앞두고 있다”며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은 적고 오히려 기관투자가들이 1500억 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은 성공적인 진화의 성과를 보여줬으며, 더 많은 아시아 기업이 삼성의 사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일본 대기업이 60~90년대 아시아 경제의 비상을 주도했다고 설명하면서 최근에는 중국·인도 기업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레노보는 서구식 지배구조와 외국인 스태프를 고용해 성과를 내고 있고, 중국의 페이스북으로 통하는 텐센트는 리오넬 메시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인도의 선파마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고, 타타그룹은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회사이자 고급 브랜드 자동차 제작회사가 됐다고 소개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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