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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완의 My Sweet Zoo <10> 동물 작명(作名) 프로젝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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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해리스 매 ‘해리’‘매리’‘아리’,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지중해∼." "대서양∼."

세계 지리 수업 시간이 아니다. 에버랜드의 '로스트 밸리 스페셜 투어'에 탑승한 손님들이 바바리양을 부르는 소리다. 이름을 들은 '지중해'라는 이름의 애교만점 바바리양 한 마리가 어느새 손님들이 타고 있는 6인승 소형 수륙양용차로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코를 벌름거렸다.

동물원 동물은 대부분 담당 사육사들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 '지중해'라는 녀석도 바다를 사랑하는 전담 사육사가 지었다. 하지만 각각의 동물이 가진 특징을 따거나, 무럭무럭 잘 자라 달라는 염원을 담아 짓기도 한다.

곰은 자연 포유(사육사가 젖병으로 젖을 먹이는 인공포유가 아닌 어미의 젖을 직접 먹는 것)로 커야하는 동물인 만큼 생태 여건과 환경이 완벽해야 한다. '지극이'와 '정성이'는 지난해 모성애가 유달리 강한 엄마곰에게서 태어나 아기곰들이다.

에버랜드 인기스타로 등극한 봉 돌리는 곰 '만웅이'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해서 이름에 '만 가지 재주를 가진 곰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 태백이, 소백이, 한라, 단군이 역시 우리 산자락의 정기를 받으라는 뜻의 이름대로 성장해 이제는 한국 곰의 어엿한 풍채를 지녔다.

사파리월드를 호령하는 사자와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부터 기품이 남달랐던 아기 사자 '천하'는 현재 22대 왕이 되어 사파리월드를 지배하고 있고, 희귀동물인 백호 3형제 '유비·관우·장비'는 항상 붙어 다니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한다.

그럼'난로'라는 얼룩말의 이름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겨울을 따뜻하게 잘 보내라는 의미? 당근을 날로 먹어서? 아니다. 아프리카 한 지역의 언어로 '사랑스러워'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하니 동물 나름대로 각자의 이름에 담긴 심오한 뜻이 재미있다.

손님이 직접 지어준 '영광스런 이름'도 있다. 로스트 밸리 개장 후 처음으로 태어난 생명인 아기 기린 ‘아토’는 에버랜드 페이스북 친구 100만명이 투표해 이름 지어줬다. 희귀종 중 하나인 백사자 형제에게는 '기상이'와 '기백이'라는 씩씩한 이름을, 국내최초로 번식에 성공해 화제가 되었던 해리스 매의 새끼에게는 '해리', '아리', '매리'라는 귀엽고 깜찍한 이름을 선물했다. 관심과 애정으로 고민했을 고객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사파리월드에는 두 손을 맞대고 매일 기도를 올리는 곰 '소원이'가 있다. 새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동물 친구가 건강하게 잘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현장의 사육사들 역시 "동물들 개별 이름을 지어 불러주다 보니 훨씬 더 애정이 가고 교감이 잘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제, 에버랜드 동물원을 찾아주시는 손님에게 "코끼리야∼"가 아니라, "코식아∼" "하티야∼"라고 불러주길 감히 요청한다.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부터 그 코끼리는 그저 코끼리라는 동물이 아닌, 보다 특별한 친구가 될 것이다.

가족 관람객이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의 바버리양 ‘지중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1987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얼룩말 이름이 '난로' … 사연이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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