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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공개 사과" 요구 받던 교장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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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전교조 측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과 요구를 받아온 초등학교 교장이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4일 오전 10시쯤 충남 예산군 모 초등학교 서승목(57.사진)교장이 신양면 신양리 자신의 어머니(85) 집 뒷산 은행나무 가지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 金모(52)씨는 "남편이 이번 일을 놓고 크게 고민해 왔으며 이날도 오전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새벽에 어머니 집에 들른 뒤 뒷산에 오른 것같다"고 말했다.

徐교장은 최근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강요하는 등 교권을 침해하고 전교조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충남지부로부터 서면 사과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달 31일에는 전교조 충남지부 회원들이 예산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徐교장은 교육청의 조사에서 "차 시중을 강요한 적이 없어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었다.

한편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徐교장이 서면으로 사과할 것을 약속했었다"며 "이유야 어쨌든 그분이 목숨을 끊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徐교장이 유서를 남기지 않아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학교 학부모회 및 예산군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는 공동 성명에서 "교육청과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철저하게 밝혀 이런 일이 교육현장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밝혔다. 또 예산군 초.중등교장단 장학협의회는 "徐교장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교육현장의 죽음이며, 교육의 파탄이라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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