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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얼만큼' 사랑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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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언어도 경제적으로 구사하려는 경향이 있다.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SNS에서는 이것이 더 심해 어법 파괴와 국어 훼손 우려까지 제기된다. 줄여 쓰는 말 가운데 규정과 어법에 맞지 않거나 잘못 쓰기 쉬운 것들을 살펴보자.

 연인들은 서로의 애정의 정도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랑을 그린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날 얼만큼 사랑해?”란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얼마 만큼’을 줄여 쓰면 ‘얼만큼’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표준어는 ‘얼마큼’이다. 또 “그 화장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그마만큼 효과가 좋아요”처럼 ‘그마만큼’이란 표현도 종종 눈에 띈다. 이것은 ‘얼마 만큼’에 영향을 받아서 나온 말로 생각되는데 ‘그마’란 말은 없으므로 ‘그만큼’이라고 해야 바르다.

 ‘도리어’와 ‘오히려’의 준말도 틀리기 쉽다. “이순신·김시민·권율 장군의 대첩과 의병 승리는 외레 이변이었다” “위층 사람들이 시끄럽게 해서 조용히 해달랬더니 되려 난리네요”에서 보듯 ‘외레’ ‘되려’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준말은 ‘외려’ 되레’다.

 ‘물러 있거라’와 ‘여기 있소’ ‘여기 있다’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물럿거라’ ‘옛소’ ‘옛다’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물렀거라’와 ‘옜소’ ‘옜다’가 바르다. ‘있거라’와 ‘있소’ ‘있다’의 쌍시옷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줄어든 말의 흔적이 유지되는 사례는 ‘어제저녁’을 줄인 ‘엊저녁’과 ‘바깥사돈’을 줄인 ‘밭사돈’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내내 내리던 비는 월정사 입구부터 눈으로 바꼈다” “신발이 바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나쁜 친구를 잘못 사겼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연상 여자 친구를 사겨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에서처럼 ‘바뀌었다’와 ‘바뀌어도’, ‘사귀었다’와 ‘사귀어도’를 줄여 ‘바꼈다’ ‘바껴도’, ‘사겼다’ ‘사겨도’로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들은 줄여 쓸 수 없는 단어이므로 ‘바뀌었다’ ‘바뀌어도’ ‘사귀었다’ ‘사귀어도’로 적어야 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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