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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공무원의 이탈 방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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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 제정된 재외 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은 재외 공무원의 현지 이탈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에도 현지 이탈 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최근 몇 년 새에 재외 공무원의 이탈 행위가 부쩍 세간의 주목을 끌어왔다.
재외 공무원들의 이탈 행위는 국가의 대외적인 위신의 손상뿐 아니라 외교기밀의 보호란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탈 행위를 가능한한 없애도록 다각적인 대책이 강구되어 마땅하다.
이번에 제정된 인사관리 규정은 작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반 국가행위자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함께 현지 이탈을 억제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규정은 반국가 행위 규제에 중점을 둔 특별조치법에 비해 재외 공무원의 이탈 행위 방지 자체에 역점이 주어져야 한다.
순환근무제도의 강화, 현지 재산 취득 금지, 자녀의 외국적 취득 금지 등의 주요 내용은 기왕에도 부분적으로 시행되던 것을 제도화한 것으로 시행만 제대로 되면 어느 정도 현지 이탈을 그전에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도 재외 공무원 각자의 마음가짐과 근무 환경이며, 그에 더해 절대 방지란 바라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라 하겠다.
어차피 어느 사회나 어느 정도의 궤도 이탈자는 있게 마련이다. 재외 공무원의 이탈 현상도 다른 나라엔 전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 방지 대책도 「가능한한 방지」에 목표를 두어야지, 「절대 방지」에 목표를 두어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재외 공무원의 이탈 행위는 크게 단순이탈과 망명으로 나누어진다. 이중 더 심각한 문제는 물론 망명이다.
때문에 이탈의 절대 방지가 지난한 한에선 우선 망명행위의 방지에 보다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몇년전 어느 해외 공관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하급 외교관이 현지 이탈을 하려는 기미를 알아챈 공관장이 너무 무리하게 이를 막으려 하자 이탈 외교관이 급기야 망명을 요청하기까지에 이르른 것이다. 잘하려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만 꼴이다.
이탈 행위를 「절대 방지」하려고 무리를 하다 보면 이렇게 사태를 그르칠 수도 있는 것이다.
재외 공무원이 이탈하는 구실로는 대체로 과오에 대한 문책의 공포, 인사에 대한 불만, 장래에 대한 불안감, 귀국기피 등이 운위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가의 공적 임무를 맡아 해외에 파견된 사람이 이러저러한 구실을 붙여 임무를 이탈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탈 행위 방지책을 강구하는 입장에는 부분적으로나마 이탈의 원인이 될 문젯점이 있다면 이를 과감하게 해소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과오에 대한 문책의 공포는 당사자의 잘못에 기인할 경우가 많겠으나, 개중에는 상부의 무리한 요구에서 생긴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안될 일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일을 삼가야겠다.
또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해외근무 직원보다 본부 직원에게 우선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불합리도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해외 공관에서는 타 부처 출신도 소외감 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함으로써 직업 외교관에 비해 이들의 이탈률이 높았던 원인의 하나를 해소해야만 할 것이다.
해외근무 공무원 스스로의 자각과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합리적 여건이 아울러 마련돼 이러한 불쾌한 일이 재론되지 않게 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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