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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석방」엔 복합적 배경 관계 개선으로 보는 건 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소련 당국이 KAL기 승무원을 전원 석방한 조치는 일단 소련의 한국에 대한 호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소련의 승무원 석방 조치가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미국의 외교노력 ▲비무장 민간 항공기에 총격을 가한 행위에 대한 세계 여론의 비난 ▲대소 사의를 표시한 박정희 대통령 담화 ▲미-북괴 접촉 움직임과 중공의 대 북괴 영향력 등을 고려한 상대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세계 여론이 대소 비난으로 기울 무렵 나온 박 대통령의 담화는 소련과 국교가 없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김창규 기장과 소련 TV와의 회견에서 소련 측이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호의적으로 언급했던 점으로 미루어 일단 박 대통령의 담화는 소련 안에서 호의로 받아들여졌고 앞으로의 한소 양국 관계 진전에도 중요한 「훽터」가 될 것 같다.
KAL기 사건을 둘러싸고 파생된 한소 정부간의 이 같은 감응을 「양국간 관계 개선의 계기」로 보는 성급한 해석도 있으나 이번 사건이 비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소련이 한국을 대하는 정치 및 외교 자세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다만 이 사건의 해결 결과와 과정을 계기로 정치 및 외교적인 관계 개선을 우호적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공산 국가와의 접촉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 특색이다.
정부가 소련과 정치적 교류에 앞서 접촉 시도할 수 있는 분야는 「시베리아」 영공 통과권 교섭, 소련 군함의 대한해협 통과권, 대소 직항 노선 개설 (부산∼「나호트카」 <불라디보스토크 부근>), 시베리아」 원목의 개발 수입을 비롯한 교역 증대 등인데 이들은 모두 시간과 단계적인 절차를 필요로 한다. 한때 박동선 사건, 도청, 인권 문제 등으로 한미간에 어둔 그림자가 다소 드리워져 있었으나 이번 사건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적극적인 협조는 한미 우호를 재 다짐한 계기로 볼 수 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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