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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다… 밤새도록 이야기 꽃|귀환한 KAL기 탑승객들 가족들과 첫 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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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이 돌아오니 살았다는 실감이 난다』 『죽었던 자식이 살아 돌아왔다』 『돌아온 것을 보고 실감이 나지 않아 아빠의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24일 하오 6시35분 KAL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무사히 귀환한 승객·승무원과 가족들은 악몽의 3일간을 되새기며 이야기로 밤이 새는 줄 몰랐다. 그러나 죽은 방태환씨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기장과 항법사를 생각하며 『빨리 귀환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키 위해 부인 허은옥씨와 아들 상욱(4)·동욱(2)군 등을 데리고 함께 KAL기를 탔던 박춘길씨(35·KAL「파리」지점 여객 과장) 일가족은 24일 하오 8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 면목동 장안시장 앞에서 KAL전세「버스」에서 내려 어머니 한순조씨(57)를 비롯, 친척 20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경북 영천읍에서 달려온 박씨의 큰어머니 윤정분씨(56)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 한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식구 다 죽을 뻔했다』 『죽었던 자식이 살아 돌아왔다』며 기쁜 나머지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또 박씨는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는 친지들에게 『구경 잘 하고 왔다』면서 여유를 보였으며 아들 상욱군과 동욱군은 피곤한 채 어머니 허씨 품에 안겨 졸기도 했다.
한편 동생 박희택씨(28·한국IBM근무)는 23일 낮 예정대로 서울「로열·호텔」에서 신부 이화정양(24)과 결혼식을 올렸으나 형님의 사고로 인해 제주도로 가려던 신혼여행 계획을 연기한 채 신부와 함께 공항에 나가 형님 가족들을 마중했다.
김우황씨(재·「내셔널·플라스틱」판매부장)는 부인 김대길씨(34·월곡초등교 교사)·형욱군(7), 형연양(5) 두 자녀·전주에서 올라온 어머니 전혜자씨(58)·동생 성언씨(32) 등 가족·친지 20여명과 상오 4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녘에야 잠들었다.
김씨는 집(서울 성북구 석곶동)에 도착하자 『집에 돌아오니 살았다는 실감이 난다. 당신을 못 보는 줄만 알았다』며 부인 김씨와 두 아이를 끌어안았다.
김씨는 놀라운 조종술로 1백여명의 생명을 구해준 김창규 기장과 이근식 항법사가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희씨(27·율산실업 직원·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301의16 공무원「아파트」28동202호)는 『살아 돌아왔다는 흥분에 밤새도록 잠을 못 이루다 상오 4시에야 눈을 붙였다』고 말했다.
부인 이종희씨(26)는 『아빠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딸을 안고 울었다. 정말 돌아온 것을 보고 실감이 가지 않아 아빠의 얼굴을 더듬어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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