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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영화] KBS2 '봄날은 간다'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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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미안해"

봄날은 간다 (KBS2 밤 10시50분)=생명의 부활을 알리는 봄이다. 만물을 다독이는 훈훈한 공기에 몸은 나른해진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련한 추억도 떠오른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봄은 그런 이미지다.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이 절제된 대사와 느린 호흡으로 표현된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한국 멜로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허진호 감독의 잔잔한 색채가 살아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영화 속 대사가 한때 유행했다.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고 믿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등을 돌려버린 여성. 그녀에게 남자는 사랑의 불변성을 호소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해." 그 둘은 나중에 다시 마주치지만 재결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뿌연 기억만 간직하고 각기 다른 길을 간다.

허준호 감독의 안정된 연출에 이영애.유지태의 성숙한 연기가 더해졌다. 소리는 크지 않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감독은 "꽃이 피면 같이 피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는 원로 가수 백설희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에도 치매에 걸려 이 노래를 흥얼대는 할머니가 나온다.

주인공은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지방 라디오 방송사 PD 은수. 자연의 소리를 담아 방송하려는 은수와 그를 돕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상우 간에 사랑이 싹튼다. 하지만 사랑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무렵, 이혼 경력이 있는 은수는 상우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대숲 바람소리, 산사의 풍경소리, 바닷가 파도소리, 보리밭이 일렁이는 소리, 정선 아리랑 가락 등도 이 영화가 덤으로 주는 즐거움이다. 2001년작. 15세 이상 시청가. ★★★☆(만점 ★ 5개)

*** 네 숙부가 내 누이를 죽였어

브리지트 바르도의 위험한 사랑(EBS 밤 10시)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바바렐라’의 로제 바딤 감독이 관능파 여배우이자 첫번째 아내 브리지트 바르도를 주연으로 내세운 멜로 영화. 수녀원에서 교육받던 우르술라(브리지트 바르도)는 숙부 집으로 떠난다. 숙부인 리베라 백작(페페 니에토)의 집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 청년 랑베르(스테판 보이드)가 자신의 누이가 백작에게 성폭행을 당해 자살했다며 길길이 날뛰는 장면을 보게 된다.

랑베르는 백작과 결투를 벌이고 심한 상처를 입은 청년을 간호하던 우르술라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랑베르는 우르술라의 숙모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바르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원제 Les Bijoutiers clair de lune. 1957년작. 19세. ★★★

*** 인간의 감정을 지닌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MBC 밤 11시10분)

‘해리 포터’시리즈 두 편을 감독한 크리스 컬럼버스의 SF 로맨스.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로봇이 한 가정에 하인으로 고용되면서 인간화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로봇 앤드류 역을 로빈 윌리엄스가 맡았다. 리처드(샘 닐)는 가족을 깜짝 놀래주려고 로봇 하인을 데려온다.

하인 앤드류(로빈 윌리엄스)는 조립 과정에서 회로에 마요네즈가 한방울 떨어지는 바람에 로봇답지 않은 호기심과 창의력, 그리고 초보적 수준의 감정을 갖게 된 로봇이다.

이런 앤드류 때문에 가족들은 점점 당황스런 일을 겪게 된다. 앤드류는 리처드의 둘째 딸인 아만다(엠베스 다비츠)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한다. 원제 Bicentennial Man. 1999년작.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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