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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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메가·데드」(Mega death)라는 낱말이 있다. 직역하면 「백만명의 죽음」. 앞으로의 핵전쟁에서는 사자가 백만명씩을 한 단위로 하여 계산하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끔찍한 단위다.
가령 2차 대전 때 광도에 떨어진 원폭은 10만명의 사자를 냈다. 그때의 폭발력은 TNT화약으로 환산하면 20「킬로·톤」이 된다.
그 후에 개발된 보통규모의 수소폭탄 10「메가톤」짜리 한 개는 광도 원폭의 5백 배의 위력을 갖고있다.
이런 폭탄이 가령 서울의 한복판에 떨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안양까지의 보통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고 오산·용인에 사는 사람까지 화상을 입는다.
이처럼 핵무기는 그 개발이래 날로 거대화의 길을 더듬어 왔다. 그러나 「메가·데드」짜리 거대한 핵 폭탄은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전쟁을 막기 위한 위협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무기가 끝내 사용해선 안될 무기가 되어버린다면 전쟁 억지력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더우기 20「킬로·톤」이상의 소위 전략핵무기는 위력이 큰 대신에 아군에까지도 피해를 입히기 쉽다.
이래서 핵무기의 소형화가 새로운 전쟁에서는 지상명령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안성마춤인 것이 중성자탄이다.
그것은 8 「인치」짜리 포의 탄도에도 손쉽게 장비할 수 있다. 소총의 탄구한방으로 고층「빌딩」이 날아가는 그런 전율적인 공상과학소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중성자폭탄이다.
지난7일 「카터」 미대통령은 중성자폭탄의 생산개시를 연기한다는 최종결정을 내렸었다.
현재로서『가장 완벽한 대량 살육 병기』의 생산을 정지시킨 것이니 마땅히 환영받아야할 일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지 등이 모두 여기 반대했다. 일반여론도 압도적으로 그의 생산 중지령을 반대하고 나섰다.
당초에 중성자폭탄은 서구에 대한 소련 전차의 대거 진격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 개발되기 시작했었다. 그것을「카터」의 단순히 개인적인, 도의적인 판단에서 중지한다면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보도에 의하면 공교롭게도 「프랑스」가 세계에서 가장먼저 공개적인 중성자탄 폭발실험을 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영국이라고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미군의 중성자탄이 배비될 것으로 예정됐던 서독 또한 뒤질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런 속에서 「카터」가 언제까지나 「생산중지」 정책을 고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소련은 중성자탄을 『가장 악독한 자본주의적 무기』라고 비난해 왔다.
그런 소련쪽 선전에 굽힌다는 인상을 온 세상에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미국으로서는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오늘 참으로 시련 받고 있는 것은 「카터」가 아니라 인도주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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