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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부성」과 우아한 「모성」|내한하는 「뉴욕·필하머니」와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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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지가지 악기들이 천사들의 대화와도 같이 아름답게 읊조리며 소리의 성좌를 이루는 「오키스트러」는 사람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오키스트러」가운데서도 우리들이 그전부터 몹시도 바라던 세계 정상의 「뉴욕·필하모니·심퍼니·오키스트러」와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 2악단이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예술제를 위해 중앙일보·동양방송과 서울시 주최로 초빙되어 함께 찾아온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 두 「오키스트러」는 음악적인 성격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 더욱 우리들의 관심을 끈다. 「뉴욕·필하머니」는 음질이 매우 크면서도 음색이 「에틸」처럼 맑으며 또 「스케일」이 크면서도 정교한가 하면 긴밀한 균제를 잡아가면서 놀랄만한 통일체를 이루는 연주를 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는 음색이 호화롭고도 찬란하며 소리의 무지개라고 할만큼 그지없이 색채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가 하면 많은 명연주자들이 우아하고도 드높은 해조를 이루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니까 「뉴욕·필하머니」가 부성적이라면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는 모성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뉴욕·필하머니」는 1842년에 창단되었으니까 「빈·하머니」나 「베를린·필하머니」 못지 않게 오랜 역사를 지니며 이 「오키스트러」를 거쳐간 지휘자는「리하르트·슈트라우스」「바인가르트너」「말러」「스트라빈스키」「멘게르베르크」「푸르트벵글러」「토스카니니」「프리츠라이너」「스트코프스키」「브루노·발터」「클렘페러」「번스타인」 등 수많은 명지휘자들인데, 이들의 다양한 솜씨로 세련되었으니 그야말로 소리의 연금술로써 닦이고 닦인 셈이다.
「뉴욕·필하머니」의 지휘를 맡게 될 「번스타인」온 유대계 「러시아」이민의 아들로 미국에서 1918년 태어났는데 그의 얼 속엔 「시오니즘」사상이 깃들여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는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넓은 「레퍼터리」를 다룬다.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는 1903년 결성되었는데 세계 일류 「오키스트러」로 길러낸 사람은 3대 상임 지휘자 「스토코프스키」와 4대의 「오먼디」라고 할 수 있다. 「스토코프스키」는 31세라는 젊은 나이로 1913년부터 25년 동안 「패턴」없이 「에호바」가 흙으로 빚어 만든 자연적인 지휘봉이라 할 긴 열손가락으로 줄곧 지휘를 했고, 그 뒤를 이어 「오먼디」는 지금까지 40년이란 오랫동안 지휘해 오고 있다. 이 「오키스트러」가 생긴 뒤 많은 객원 지휘자를 맞긴 했지만 「스토코프스키」시대에는 특히 이 한 사람의 힘으로 길러 냈다.
이것은 이른바 음악 독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독재는 세계의 축복이며 구원이 아닐 수 없다. 「오먼디」는 「스토코프스키」가 길러 낸 이 「오키스트러」를 더욱 갈고 닦아서 「필라델피아·사운드」란 독특한 말이 나올 만큼 만들었다.
「오먼디」는 l899년「헝가리」에서 태어나 「바이얼리니스트」로 이름을 떨치다가 지휘자가 되어 미국에 귀화한 사람인데, 「번스타인」이 「브루노·발터」가 갑자기 지휘석을 떠나게 되어 그 대신 기막힌 지휘를 하여 유명해졌듯이 「오먼디」도 지휘자의 갑작스런 명으로 대리 지휘를 하여 훌륭한 솜씨를 인정받게 되어 「데뷔」한 것이었다. 한때 탁구 선수였던 그는 「솔로」와 「오키스트러」가 주고받는 「콘체르토」형식에도 그의 예민한 운동신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두 거장이 노련한 솜씨로 지휘하는 「오키스트러」음악은 우리 악단과 문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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