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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7] "야당 된다고 대구 확 달라지나" "내리 여당 찍어 얻은 게 뭐 있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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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장애인차별감시연대 주최로 열린 ‘대구시장 후보자 초청 장애체험’ 행사에 참석해 장애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노보텔 호텔 앞 택시승강장. 길게 늘어선 택시에서 기사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선거 얘기였다. 기자가 다가가 물었다. “이번 선거 어떻게 보십니까.”

 권태봉(65·서구 평리동)씨가 답했다. “지금까지 내리 여당을 찍어 얻은 게 뭐 있노. 한 번쯤 바꿔야 정치권이나 정부가 신경을 써서 좀 살기 나아질 것 아니겠소.”

 옆에 있던 배세주(57·수성구 범물동)씨가 반박했다. “야당이 된다고 대구가 확 달라질 것도 아니고….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래도 여당 시장이 낫지.”

 대구가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좀체 정치 얘기가 나오지 않던 대구였다. ‘정치 입담꾼’이란 택시기사에게조차 선거 관련 얘기를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모이면 선거 얘기다. 예전처럼 여당 후보가 60~70%대 지지를 얻는 식의 일방 독주가 아니어서다. 22~26일 중앙일보 조사에선 새누리당 권영진(52) 후보가 42.2%,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56) 후보가 27.0%, 기타 후보가 3.9% 지지율을 보였다. 15.2% 차이지만 ‘모름·무응답’(26.9%)보다 적다. 김 후보는 2012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 민주당 후보로 나와 낙선했지만 40.4%를 얻은 바 있다. 회사원 김현식(47·대구 남구)씨는 “모처럼 싱겁지 않은 대결이 벌어질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며 “그래서 이번엔 모이면 선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선거 지원에 나선 딸 윤세인(27·배우·본명 김지수)씨와 함께 27일 대구 비산동 원고개시장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김 후보 지지자들은 여당에 대한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바닥을 기는 대구 경제에서 비롯됐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3년부터 줄곧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중 꼴찌였다. 2012년 기준 1566만원으로 1위 울산의 6330만원과 비교하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 단계 높은 15위인 광주광역시의 1769만원보다 203만원 적다. 이렇다 할 기업이 없어서 빚어진 결과다. 주부 정미경(47)씨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대기업이 없다”며 “만년 여당 도시였는데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권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구시민들이 친박이 아닌 권 후보를 택한 것만으로도 정부에 “바꾸겠다”는 신호를 충분히 보냈다는 것이다.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동성로 상가의 박찬우(65) 전 상인회장은 “대구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욱’하는 기질이 있어 김부겸 후보를 거론하는 것”이라며 “막상 이것저것 고려해 투표할 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강지명(38·대구 달서구)씨는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 일색이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다”며 “세월호 사고와 경제난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김부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서구 주민 박모(56)씨는 “김부겸은 괜찮은데 소속 당이 문제”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26일엔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새누리당 권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지지를 선언하고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문 전 시장은 “권 후보와 김 후보를 모두 좋아하지만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행정경험과 추진력이 있는 권 후보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선거운동에는 27일부터 탤런트인 딸 윤세인(27·본명 김지수)씨가 합류했다. 전날까지 이어진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대구에 왔다. 이날 김 후보의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 방문 등에 함께했다. 윤씨는 선거 때까지 대구에 머물며 선거운동을 할 예정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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