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중국, 북핵 반대하지만 예측 가능한 변화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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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 부터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문정인 연세대 교수, 존 햄리 CSIS 소장, 스테이플턴 로이 우드로윌슨센터 이사. [김상선 기자]

‘중국의 대북 정책, 지속인가 변화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중국의 전략적 목표가 한·미·일 공조의 와해지만 북핵 반대라는 공통 목표도 있다”며 “미국은 이 문제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원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 과정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 대해 스테이플턴 로이(전 주중 미국대사) 우드로윌슨센터 이사는 “북·미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회담 개최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국이 중국과의 대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선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반(反)중 연합에 동참한다는 중국의 의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중국 소관으로 치부하는 건 부적절하며 더 강경한 의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토론자 주요 발언.

미국, 북한 문제 중국에만 맡겨선 안 돼

 ▶천영우=중국 안보 전략의 최우선 목표는 한·미·일 3국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념·역사적 관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 북·중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등 김정은 정권의 행동이 중국의 국익에 위험이 되고 있다고 새 지도부는 느끼고 있다. 중국에 더 이상 민폐를 끼치기 전에 가르침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향후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와 계산식도 바뀔 수 있다.

 ▶햄리=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직후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중국 고위 관리가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 짓이 분명하다’고 진지하게 얘기하더라. 그걸 보고 북한이 그런 일에 휘말리는 걸 중국이 몹시 싫어한다는 걸 느꼈다. 박근혜·오바마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대북 처방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내 인사들은 그대로라고 한다. 북한 문제엔 중국이 관여해야 한다. 미국 내에선 ‘북한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초당적 합의가 있다. 북한 문제는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란 관념이 존재한다.

시진핑, 북한 처방 바꿨는지 불확실

 ▶로이=북한 지도부의 정책은 중국의 이해에 역행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압박하면 북한이 엇나가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면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대 정권이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걸 두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안정화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북한의 예측 가능한 진화를 이끄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윤영관=역사적·지정학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를 통한 해상 세력 침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임진왜란·청일전쟁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핵실험 강행에도 북한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에서 전술적으론 변화가 있어 왔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커질수록 북·중 관계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 사이에 괴리는 커져 왔고 앞으로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별취재팀=남정호·박소영·유지혜·이충형 기자

◆중앙일보-CSIS포럼=중앙일보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주변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온 연례 포럼. 2011년 출범해 올해로 4회째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세계적 싱크탱크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 미국 외교계 거물들이 이사와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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