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을 먹던 외도기자 언론계 복귀에 찬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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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언론계는 요즈음 행정부에 진출했던 기자들이 다시 언론계로 복귀하면서 이에 대한 시비가 분분하다. 지난해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포드」전대통령을 따랐던 많은 전직 기자들이 언론계로 돌아오고 있어 이 논쟁이 표면화 된 것이다.
현재 「카터」행정부에는 「래스리·겔브」국무성정치·군사담당국장(전 「뉴욕·타임스」외교담당특파원), 「앨버트·애이셀」부통령공보담당비서(전 「나이트·리더·뉴스·페이퍼」기자), 「토머스·로스」국방성공군문제 담당차관보(전 「시카고·선·타임스」「워싱턴」지국장) 등 굵직한 위치에 있는 전직 언론인 외에도 「타임」「뉴스위크」「워싱턴·먼슬리」 AP통신 등의 많은 기자 출신들이 요소 요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지금까지 경우에 비추어 결국은 언론계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계의 중론이다.
논쟁의 초점은 복귀한 언론인들이 독자들로부터 계속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또 기자들의 행정부 근무 경험이 언론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
대부분의 미국 언론인들은 『행정부의 전직 언론인들의 복귀는 결코 극복하지 못할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언론계와 행정부 사이를 손쉽게 오가는 것은 기자들에게 「위험한 곡예」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자의 정치 참여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복귀한 기자가 제아무리 공정한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해도 독자들이 과연 그 기사의 비 당파성을 믿어 줄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반면에 「뉴욕·타임스」편집부국장 「짐·그린필드」(전 국무성공보실근무), 「시카고·트리뷴」「워싱턴」특파원인 「잭·풀러」(전 법무성 근무) 같은 관리 경험이 있는 현직 언론인 등들은 『행정부 근무로 인해 겉으로 보이는 행정부와 그 내부의 실제가 얼마나 서로 다른 것인가를 알게 됐고 행정부 조직에 대한 무식에서 오는 오보의 위험성을 크게 줄이게 됐다』고 두둔하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많은 관리 경험자들의 동조를 얻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언론계 복귀를 전제로 한 행정부 참여는 대학원 정치학과 교육의 일종으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현직 기자들 중에서는 포드 전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론·네센」과 「로버트·케네디」전 법무장관의 공보 비서였던 「에드윈·구스먼」처럼 행정부 참여로 손해를 본 사람이 많다.
「네센」은 「포드」전대통령의 선거 패배 이후 아직 언론계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현재 비당파성을 엄격히 요구하지 않는 저술이나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언론계 복귀 문제에 대해서 그의 주위 사람들은 『「네센」의 성실성과 결백을 믿고 있지만, 그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은 실제와는 다를 것이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스먼」(전「로스앤젤레스·타임스」국내판 담당 편집장)은 『행정부 참여를 통해 얻은 것도 많았지만 공정성이라는 기자로서의 역할이 많이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케네디」진영에서 정착하지도 못했다』고 실토하고 있다.
「구스먼」은 또 「닉슨」전대통령으로부터 「구스먼」은 「케네디」패거리』라는 비난과 함께 정적 「리스트」에서 3번째로 기록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행정부 안에서 불행했던 사람들은 언론계 복귀에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야 했다.
「뉴욕·타임스」부주필 「잭·로젠털」과 「짐·그린필드」·「구스먼」 등은 언론계로 복귀하기 전에 항공회사 같은 일반 기업체에서 1년 이상 일을 하는 등 「자숙 기간」을 가져야만 했다.
「로젠털」 등은 이 「자숙 기간」동안 당파적이라는 인식이 주는 충격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무척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계에서 정계와 행정부에 진출한 언론인은 50명이 넘는다(주로 홍보 분야). 또 여러 사회단체와 정부투자 기관에 진출한 수도 거의 70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선 전출 언론인의 복귀 문제가 아직 없고 앞으로도 그 같은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그만큼 서로의 직분 질서를 지키는 것 같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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