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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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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월을 알려주는 꽃의 전명사는 개나리다. 양지 바른 담장에는 어느새 꽃눈이 절반도 넘게 트여 있다. 이 무렵만 되면 별 투정도 없이 슬그머니 꽃망울을 내미는 나무가 개나리다.
개나리의 한가지 특색은 아무데서나 수수하게 잘 자라는 것이다. 이른 봄 물이 오르기 시작한 개나리의 가지를 꺾어 땅에 그대로 묻어 놓아도 싹이 튼다. 성장도 빨라 한여름이 지나면 한 길도 넘게 자란다.
벌레도 별로 성화를 부리지 않는다. 담녹색의 잎사귀는 여름의 무더위 속에선 더없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개나리야말로 서민의 꽃이다.
우리나라엔 전설도 있다. 어느 선녀가 1만번의 기도를 드려야 승천을 할 수 있었다. 그 선녀는 기도를 열심히 드리긴 했지만 그 정성이 1만번엔 미치지 못했던가 보다. 하루는 승천을 하려고 높이 올라 뛰었지만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선녀가 주저앉은 자리에서 자란 나무가 개나리라고 한다.
샛노란 빛깔의 꽃송이가 올망졸망 수도 없이 매달린 모양이 필경 애틋하게 보였던 것일까. 열망의 상징처럼.
그러나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중국대륙에서 내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속명은 영국의 원예학자「포르시드」(Forsyth)의 이름을 따서「포르시디어」. 역시「유럽」이나 미주 등에는 이 꽃이 그렇게 흔하지 않다. 종류도 배「알바니아」지방산 한가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아시아」산은 7종이나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산인「Forsythia Koreanna」는 꽃의 빛깔이 밝고 환한 진노랑인 것이 특색이다.
서울의 개나리 울타리로는 동숭동의 옛 서울대 문리대가 인상적이었다. 개울을 따라 꽃의 성을 이루다시피 했었다.
요즘은 묘목의 재배 기술이나 시설이 뛰어나 개나리의 집단재배는 예사롭게 되었다. 값도 싸다. 대학교 정동에는 으례 개나리로 병풍을 두르고 있다.
새 봄이 되면 느끼는 일이지만 도시의 명소들엔 무슨 상징적인 꽃나무들을 심어 놓았으면 좋겠다. 명소가 아니라도 그런 상징이 생기면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서울과 문산 사이의 버드나무는 모범 가로수로 지정이 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보다는 한결 정감이 있는 화목으로 꽃의「하이웨이」를 만들어 보는 것도 하나의「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다. 「로마」에서「플로렌스」에 이르는 고속도로의 연변은 개나리가 줄을 이어 피어있다. 우리나라라고 못할 일은 아닐텐데. 꽃의 계절 4월을 맞으며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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