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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 후보자 "나는 이 정부에 책임 … 이 상황서 안 한다면 책임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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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2년 10월 9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 참석해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앞서 안 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되자 이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인 22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회현동 자택을 나섰다. 신임 후보자로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막 아파트 문을 열고 나서는 안 후보자를 만났다.

 남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왼손에는 두 번을 반듯하게 접은 기자회견문이 들려 있었다.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지하주차장까지 함께 내려가면서 안 후보자와 문답을 나눴다.

 -총리를 맡아달라는 연락은 언제 받았나.

 “…나도 깜짝 놀랐다. 결정된 건 오늘 같은데?”

 -수락 여부를 고민했나.

 “허허…진짜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참사 국면 때문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별로 즐거운 마음이 아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 그거 때문에 가는 거지.”

 -대통령에게서 직접 제안이 왔나.

 “그걸 직접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캠프에 있었던 사람인데….”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나.

 “놀라기야 놀랐지. 왜 안 놀랐겠나.”

 -그동안 하마평이 늘 있었는데.

 “…난 정말로 어디 가서 공직 안 한다고 얘기 많이 했다.”

 -그런데 수락한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안 한다는 것도 이상하잖나. 나는 이 정부에 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 한다면)책임회피다.”

 -축하 연락이 많이 오겠다.

 “(웃으며)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

 이어 안 후보자는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곤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갑자기 총리 지명의 통보를 받아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당혹스럽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저에게 청문회를 통과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받은 혜택과 사랑을 되돌린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쳐 국가의 기본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웅변하듯 확신에 찬 어조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경력이 총리직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초임검사 때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며 “저에게 국무총리 역할을 맡기는 건 과거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적폐들을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인적인 삶을 모두 버리고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후보자는 “헌법이 명한 대로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해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밝히신 강력한 국가개조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 회견을 마쳤다.

 기자들과의 문답은 하지 않았다. 안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후 견해를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이소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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