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뿔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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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0년대 국제분쟁의 초점이던 「인도차이나」전화가 꺼지기가 무섭게, 80년대의 국제분쟁을 예고하는 전야전이 『북 「아프리카」의 뿔』에서 불붙고 있다.
「수에즈」운하에서 인도양으로 빠져 나오는 중간수로인 홍해는 「이집트」「수단」「이디오피아」「소말리아」남「예멘」등 해당 연안국들 뿐 아니라 미소초강대국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전략요충이다.
이 요충이 최근 「이디오피아」-「소말리아」간의 무력충돌을 계기로 미소를 포함한 동서대결의 결전장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디오피아」를 지원하고 있는 소련·「쿠바」가 이 싸움에서 득세할 경우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서방측 해상 교통로는 중간에서 끊어지게 된다. 나아가 중동·북아·「사하라」이남을 통틀은 전 아주의 「에이프로·마르크시스트」(아프리카공산주의자)들은 커다란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크렘린」은 본래 중동과 아주에서 서방세를 제거하기 위해 현지의 비 공산계 민족주의자들을 반 서방으로 부축이는 전술을 채택했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와 이들 민족주의자들은「이집트」와 「자이레」가 보여주듯 속속 반소·우경하기 시작,「크렘린」의 영향력은 현저히 쇠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크렘린」은 70년대 중반에 대두하기 시작한 「에이프로·마르크시스트」세력을 본격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꾸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앙골라」「모잠비크」개입으로 나타났고, 최근의 「소말리아」와 「이디오피아」침투로 계속되어온 것이다.
소련의 이 전략은 지난날처럼 반 서방적 민족주의 세력을 경위한 간접적 「아프리카」침투완 달리, 아주 남북에 본격 공산위성정권을 수립케 하여 직접적인「아프리카」경영을 의도한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이 전략이 「앙골라」와 「모잠비크」에서 일단 최초의 성공을 거두자 「크렘린」은 즉각 북「아프리카」의 전략지역인 「이디오피아」에 촉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이디오피아」의 「멘기스투」정권은 남부의 「오가덴」분리주의자들과 북부의 「에리트리아」회교도들의 2중 반란에 직면해 있었는데다, 국내의 억압에 기인한 미국의 군원중단마저 겹쳐 있었기 때문에 소-「이」의 접근은 급속히 이루어 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디오피아」가 친소로 급경사하자 이번엔 오랜 친소파이자 반「이디오피아」국인 「소말리아」가 대신 반소·친 서방으로 반전하게 됨으로써 사태는 의외의 방향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소말리아」가 소련의 고문관과 「베르베라」항 기지를 축출하고 「이디오피아」의 「오가덴」반란군을 지원하자, 열세에 빠진 「이디오피아」를 지원하기 위해 소련은 막대한 군원과 「쿠바」군 병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사태는 이미 소련의 「아프리카」경영이란 차원으로 증폭된 것이다.
『북 「아프리카」의 뿔』에 발단된 소규모 국지분쟁이「크렘린」의 세계전략의 한 측면인 「아프리카」적화기도로 확대됨에 이르러선 미국과「아랍」온건파들로서도 좌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미국은 이미 「소말리아」에 무기를 투입하기 시작했고 「이집트」「수단」「사우디아라비아」도 「리비아」-「이디오피아」의 연합된 좌경세를 저지하기 위해「소말리아」지원에 가세하게 되었다. 현재로써 이 싸움은 「소말리아」측의 우세와 「이디오피아」의 황폐화로 기울고 있는 듯한 상태이나, 「쿠바」군 병력의 참전이 확대될 경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대륙 전체엔 총체적인 양극화현상이 양성되고 있는 듯한 기미가 간취된다.
미-「이집트」(「아랍」온건파)-「이스라엘」-「소말리아」-흑인온건파를 한편으로 하고, 소-「쿠바」-「리비아」(「아랍」강경파)-「이디오피아」-흑인급진파를 또 한편으로 하는 전 대륙적 대립양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80년대의 전야전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아프리카」대륙과 북아 수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대소전략에 기민한 판단과 행동으로「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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