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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美軍, 그믐밤 틈타 바그다드 코 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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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군 최정예 선발대가 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외곽 6㎞까지 진격함에 따라 이번 전쟁의 운명을 결정할 바그다드 대회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3보병사단의 선봉부대는 음력으로 그믐인 이날 밤 개전 이래 가장 어두운 야음을 이용해 바그다드의 입구인 사담 국제공항까지 진출, 시가전에 대비한 포진을 시작했다.

밤 사이 연합군의 토네이도 전투기 등은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주요 거점을 폭격해 진격작전을 지원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번 작전은 2일 카르발라 전투에서 허위공격과 기습공격, 압도적인 공중화력과 야간작전 능력을 동원한 기동전이 성공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카르발라에서 3보병사단의 2연대가 이라크군 메디나 사단에 정면 공격을 하는 사이 다른 대대는 우회해 이 사단의 측면을 치고 나머지 부대는 101공중강습사단과 함께 북쪽으로 진군했다는 것이다.

2일 쿠트에서도 연합군은 이라크의 바그다드 사단에 6.5t짜리 초대형 폭탄으로 추정되는 폭탄 2개를 떨어뜨린 뒤 미 해병대가 총공세를 벌여 바그다드 북진로를 확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함락작전인가 고사작전인가=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일 "연합군은 남.서.북부에서 바그다드를 포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군으로 바그다드를 3면에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분명치 않다. 미군이 인구 5백여만명의 바그다드로 밀고 들어가 시내에 산재한 이라크군.민병대와 시가전에 나설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 시가전을 피하려면 미군은 바스라에서처럼 도시를 포위한 뒤 특수부대를 투입해 후세인 지지세력들을 제거하는 고사작전을 펴야 한다.

일단 외곽을 봉쇄한 뒤 정밀공습과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바그다드 내부의 공포와 동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위전이 장기화할 경우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시가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 언제 진입하나=바그다드 진입 시점을 놓고 미군 지휘부는 고심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3일 보도했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 주력부대인 공화국수비대 2개 사단을 궤멸시켜 바그다드 진공의 호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바그다드 시내의 특수공화국수비대나 사담 페다인.민병대 등은 이미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 적극적인 항전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곧바로 바그다드 시내로 진격, 속전속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군의 일부 신중론자들은 지상군의 북상으로 생긴 후방 보급선을 보호하려면 미국 본토에서 건너오는 4보병사단이 전장에 충원되는 4월 중순까지 2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관리들은 또 진격에 앞서 바그다드 북부 등의 공화국수비대 잔여 병력부터 먼저 완전 궤멸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라크군은 유인 작전?=공화국수비대는 연합군 지상군의 북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미군의 맹폭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퇴각은 시가전에 대비해 전력을 비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일간지 하레츠는 3일 "사담 후세인의 지휘망은 건재하며 이라크군은 시가전을 위해 연합군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미군 장교들도 이라크군이 교묘하게 퇴각하며 미군을 시가전으로 끌어들이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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