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시민들 "미군과 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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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군의 공습으로 돌무더기로 변한 바그다드 시내 바브 무아단 전화교환소 건물 앞에서 시민 사바 카말은 주먹을 그러쥐었다. "우리는 미국인들을 그 어느 때보다 미워하게 됐다. 왜 죄없는 우리 아이들이 다쳐야 하나. 후세인? 그는 우리를 해치지 않았다." 미군이 투하한 폭탄 파편에 맞아 집이 주저앉아 버렸다며 카말은 울음을 터뜨렸다.

연합군의 대공세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피란 행렬이나 패닉(공황)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바그다드 특파원이 3일 보도했다. 시민들은 "미군이 들어오면 맞서 싸우겠다"며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일 새벽 바트당 소속 민병대원들이 대통령궁 등 주요 시설 부근에 모래부대로 방벽을 쌓고, 인근 아랍국가에서 온 자원병들이 무장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 시내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보안요원들이 거동이 수상한 사람들을 단속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미군이 후세인 체제를 무너뜨리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란 기대를 은연 중 표시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나세르의 행동방식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세르는 '아랍은 하나'란 기치 아래 서방에 맞선 이집트 초대 대통령이다.

가디언지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자부심의 상징이었던 박람회장이 2일 미군의 폭격으로 축구장 만한 잔해로 변하고 인근의 산부인과 병원도 파편을 맞아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면서 "바그다드에 입성하면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미국의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강찬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바그다드 연기 저지선
미 스페이스 이메이징사가 지난 1일 위성 촬영한 바그다드 시가지. 이라크군이 미.영 폭격기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석유를 채운 참호에 불을 질러 시커먼 연기가 바그다드 상공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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