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등급의 법칙'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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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봉 영화를 보면 ‘*세 관람가’라고 등급이 매겨져 있던데 등급은 몇 종류가 있으며 흥행에 가장 유리한 등급은 어떤 것인가. (gut80@hanmail.net)

(A) 등급은 전체-12세-15세-18세 이상 관람가 이렇게 네 가지다. 여기에도 못 끼면 제한상영가로 넘어간다. 그런데 특정 등급을 받으면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등급의 법칙'이 과연 있을까(호기심 영화 천국의 질문은 날이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간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머릿수가 가장 많은 전체 관람가? 그렇다면 18세 등급 받을 게 뻔한 영화는 아무도 만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것 아닌가. 답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다음은 충무로에 떠도는 등급 관련 설(說)들.

첫째, '전체 관람가면 20대 외면 우려설'이다. 왠지 어린이용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꺼리는 영화사들이 의외로 많다. 주 관객층인 20대가 '얼라'들이 보는 영화라고 싫어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개봉한 '선생 김봉두'는 섹스.폭력 묘사가 전혀 없는 무공해 코미디지만 이런 이유에서 영상물 등급위원회에 12세 관람가로 신청했다. "우리, 얼라 영화 아니래요. 어른들도 많이 오시래요."(강원도 얼라가 다섯이나 나오는데!)

다음은 '코미디 15세.성인멜로 18세면 일단 무난설'이다. 특히 조폭 코미디가 한창 득세하던 시절에는 대박을 터뜨리려면 '더도 덜도 말고 15세만 받아라'는 미신같은 속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15세 등급을 받았다면 대박으로 가는 장도에서 일단 운동화 끈은 제대로 맨 거라는 얘기다. '신라의 달밤''조폭 마누라''엽기적인 그녀''가문의 영광'등이 이 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실례들이다.

그럼 12세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을 독자들도 있을 거다. 그런 질문 나올 줄 알았다. 코미디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강세를 보이는데, 지방은 주요 극장이 아니면 연령에 따른 관객 입장 제한이 서울보다 훨씬 느슨하므로 12세와 15세의 차이가 거의 없단다.

'멜로=18세'의 법칙을 어겼다 낭패본 경우는 지난해 개봉한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중독'이다. '형수와 시동생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데서 몹시 부적절한 관계 묘사를 기대했던 성인 관객들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사실을 알고 고딩들도 즐길 수 있는 수위라는 데 실망, 극장 앞에서 우르르 발길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으로 '등급무관대박설'이다. 18세 관람가가 태생적 한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친구'와 '색즉시공'일 것이다.

"고마해라, 마이 무읏다 아이가"할 때까지 찌르고 "오빠 못 믿니?"하며 러브 호텔로 끌고가 벗기는 이 영화들이 성공한 걸로 미뤄 볼 때, 화끈하게 밀고 나가면 관객 또한 후끈 달아오른다는 또 다른 법칙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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