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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화장품 성분 모르면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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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국내 화장품 업계가 간암 유발 우려가 있는 코직산(Kojic Acid)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새삼 화장품 성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성분보다는 브랜드 위주로 화장품을 선택해왔다. 같은 미백 화장품.주름방지 화장품이라고 해도 화장품 제조업체마다 쓰는 성분은 제각각이지만 소비자들은 성분의 우열을 따지기보다 주로 브랜드 선호도로 제품을 골라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구매행태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2001년 소 태반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이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이어 향수.스프레이에 쓰이는 프탈산염의 환경호르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유해성분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막으려면 성분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말이다. 수입 화장품을 포함해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포장용기에 성분표시가 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코직산은 누룩 곰팡이 발효액에서 만들어지는 성분.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뛰어나 미백 화장품에 주로 사용돼왔다.

국내에서는 수입업체 두 곳을 포함해 모두 9개 업체가 코직산을 쓰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번 코직산 사용 중지를 계기로 코직산 대신 대체 성분을 쓰기로 결정했다.

코직산 외에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성분은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이다. 미백뿐 아니라 각질 제거와 노화방지 기능 화장품에 두루 사용되는 AHA는 함유량이 많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붉어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부작용이 더 심해져 화상을 입을 위험까지 있다. 따라서 국내 화장품법은 AHA가 1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를 넘으면 피부과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최근 급속도로 시장이 커진 주름 개선 화장품을 살 때 역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노화방지 성분인 레티놀(비타민 A의 전 단계 물질)은 뛰어난 효과 못지않게 피부 자극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레티놀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그래서 표기된 양보다 월등히 적거나 몇 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양이 적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많으면 심한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레티놀과 AHA 성분 화장품은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두 제품을 같이 사용한다고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가 자극을 받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과 김명정 사무관은 "꼭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지 않더라도 이번 기회에 기능성을 내세우는 화장품을 맹신하는 태도를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화장품 업체들이 안전성이나 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성분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식의약청이 고시한 기능성 화장품 성분의 종류는 미백 성분 네 가지(닥나무 추출물.알부틴.에칠아스코빌에텔.유용성 감초 추출물), 주름개선 성분 네 가지(레티놀.레티닐팔미테이트.아데노신.폴리에톡실레이티드레틴아마이드)와 자외선 차단 성분 20가지다. 코직산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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