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러, 사상 최대 합동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푸틴 대통령(왼쪽에서 둘째)이 20일 군사훈련 개막식에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과 러시아가 신(新)밀월기를 맞았다. 두 나라는 대규모 합동 해상 군사훈련과 400조원이 넘는 천연가스 공급계약 체결 예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중·러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미국이 일본 편을 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반발한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일부터 26일까지 센카쿠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사상최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14대의 함선과 2척의 잠수함, 9대의 항공기, 6대의 헬기가 동원돼 실전을 방불케 하는 방어·공격과 수색·구조, 피랍 선박 구조 작전 등을 펼친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 된다”고 밝힌 데 대해 중·러가 합동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셈이다. 양국의 국지전급 합동훈련은 2005년부터 계속돼 왔지만 국가 간 전쟁 규모의 대형 훈련은 처음이다.

미국에 맞서 신밀월관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20일부터 일주일간 센카쿠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합동해상군사훈련(해상협력-2014)을 실시한다. 훈련 시작 전날인 19일 상하이항에 러시아 해군 순양함 바랴크함이 정박해 있다. [상하이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에서 만나 에너지·교통·인프라 등 49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 회담에서 양국 간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선 크림반도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이어 두 정상은 합동 군사훈련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양국 정상이 개막식에 참가한 것도 처음이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15개월 만에 7차례나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천문학적 규모의 천연가스 동맹도 맺을 예정이다. 기간은 앞으로 30년, 오가는 가스 대금은 4000억 달러(약 410조원)로 추정된다. 지난 18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알렉세이 밀러 회장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저우지핑(周吉平) 회장이 만나 실무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2018년부터 중국에 연간 최대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중국 소비량의 23%, 가스프롬 수출량의 16%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번 천연가스 동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셰일가스를 비교적 싼값에 유럽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