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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마땅찮다" 불 좌파 테러|고급 식료품 백화점 「포숑」을 폭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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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의 귀족 「부르좌지」의 연말연시 성찬은 뜻하지 않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될 것 같다.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유럽」 최대의 식료품 백화점 「포숑」이 지난 19일 새벽5시 5분 폭파되었기 때문. 유달리 식도락의 명수들인 「프랑스」인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남이 모르는 진귀한 술이나 과실·요리들을 식당에서 먹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집에서 사다 먹는 것. 특히 「크리스머스」와 연말연시에는 「레베이용」이라는 심야 만찬을 진수성찬 차려놓고 밤새워 먹고 마시는 것이 식도락가의 최대 행사다.
이 때문에 「포숑」백화점은 12월 초순부터 몰려드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마련. 작년 12월 이 백화점의 판매고는 무려 1억8만「프랑」(1백억8백 만원)이었다니 연말에 얼마나 많은 식도락가들이 희귀한 식료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지 알 수 있다. 1886년에 처음 문을 연 식품백화점 「포숑」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모택동의 「마오타이」부터 모든 술이 있으며 철지난 과실도 틀림없이 있다.
이뿐인가 「브라질」의 번석류·「마다가스카르」의 「망고」·「마르티니크」섬의 야생감귤 등 세계의 온갖 희귀한 과실로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세계의 거의 모든 부호들이 이 백화점에 식품 주문을 하게 마련이며 작년 12월 한 달에 외국부자들에 수출한 식료품만도 무려 5만 상자를 헤아렸다.
또 「프랑스」 국내 단골손님도 만만치 않다. 「마담·드골」이 「드골」을 장군 생존시에 이곳에서 귀한 것들을 구해 요리했다고 하며 여류소설가 「루이즈·드·빌모랭」, 「피아트」사장부인 「시뇨라·아메리」, 유명한 유대계 「프랑스」 재벌 「로칠드」가의 부인들, 불 정계의 거의 모든 거물 부인들, 「파리」에 주재하는 고급외교관 부인들이 「포숑」을 모르면 바보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같은 명성과는 달리 너무나 희귀한 식품들인 탓으로 자연히 「너무 비싼 식품백화점」으로도 악명이 붙었다.
『「포숑」은 정말 자본주의 사회의 최대 악』이란 비판을 좌파로부터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지난 70년5월 붉은「머플러」의 극좌파 청년 30여명이 대낮에 난입, 물건을 사는 귀족들의 손에서 진귀한 과실과 식품을 뺏어 팽개쳤을 뿐 아니라 소련산 「캐비아」(철갑상어알젓)를 비롯한 모든 식품·주류·과실 등을 진열대에서 내던져 엉망진창을 만들었었다. 아마도 이번 새벽의 폭파로 인한 화재도 혁명「그룹」NOZ를 비롯한 극좌파의 소행으로 보고 현재 경찰이 수사중인데 「에드몽·보리」사장은 『금년 연말에는 문을 열 수 없다』고 비통한 성명을 발표,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부호들의 식욕에 절망을 안겨주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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