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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미스터리·액션 … 칸이 불렀다, 이들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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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왼쪽부터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 ‘표적’의 창감독.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세 편의 한국영화 감독들이다. 올해는 이름난 거장의 작품이 장편경쟁 부문에 오르는 대신 신인급 감독의 영화를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 주간,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에 선보이게 됐다. ‘끝까지 간다’와 ‘표적’은 상업영화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칸의 초청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지금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꼽히는 칸국제영화제가 한창이다. 제67회인 올해 칸에 초청된 한국 장편영화는 ‘끝까지 간다’(29일 개봉, 김성훈 감독), ‘도희야’(22일 개봉, 정주리 감독), ‘표적’(4월 30일 개봉, 창감독) 등 세 편이다. 비록 장편경쟁 부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모두 칸이 처음인 신인급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세 감독을 서울에서 미리 만났다. 칸영화제는 25일까지 열린다.

위부터 ‘끝까지 간다’ ‘도희야’ ‘표적?. 4월 말 개봉한 ‘표적’에 이어 ‘도희야’는 22일, ‘끝까지 간다’는 29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가장 먼저 칸 현지에 선보인 건 ‘끝까지 간다’다. 18일(이하 현지시간) 감독주간 부문에서 상영됐다.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취지로 프랑스 감독협회가 1960년대말 시작한 비공식 부문이다. ‘끝까지 간다’는 비리 혐의가 드러날 위기에 처한 강력계 형사(이선균)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다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어머니 관에 숨기려다 점점 궁지에 몰리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다. 미국의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번 영화제 최고의 작품은 아니지만 아주 즐겁고 활기찬 롤러코스터 영화”라면서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잘 활용해 극의 긴장을 자유자재로 요리한 점을 높이 샀다.

 김성훈(43) 감독은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이 관객·평단 모두의 외면을 받자,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 시나리오에 6년을 매달렸다. 장면마다 이야기의 아귀가 딱딱 맞으면서 극 전체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건, 시나리오뿐 아니라 영화의 모든 단계에 김 감독의 집념이 녹아든 결과다. 그는 “전작을 찍을 때는 ‘이만하면 됐어, 대세에 지장 없어’란 말을 많이 했다. 이번엔 절대 그 말을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고도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연출력도 돋보인다. 감독은 “어떤 영화든 유머는 꼭 넣고 싶다”며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도 적재적소에 웃음을 활용하면 등장인물을 더 친근하게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간다’는 29일 국내 개봉한다.

 ◆"직접 시나리오 써서 데뷔하는 수밖에”=19일에는 ‘도희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상영된다. 장편경쟁과 함께 칸을 대표하는 공식 부문이자, 독창적 비전과 형식을 추구하는 영화들을 선보이는 섹션이다. ‘도희야’는 바닷가 마을에서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맞고 사는 14세 소녀 도희(김새론)와 마을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30대 여성 영남(배두나)의 이야기다. 난생 처음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도희가 그에 맹목적으로 매달린 나머지 위험한 일을 벌이고, 이로 인해 영남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펼친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첫 장편으로 칸에 간 정주리(34) 감독은 “겉으로 문제가 탁 드러나기보다 사건의 표면을 한 꺼풀 벗기면 또 다른 국면이 보이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칸영화제로부터 사전 질문지를 받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꼽은 것도 그래서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복합적인 이야기를 뽑아내는지 그 비결이 궁금하다”는 이유다.

 ‘도희야’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은 점도 화제를 모았다. 정 감독은 촬영 중반쯤 이 감독이 현장을 찾았을 때를 돌이켰다. “제작자로서 신인 감독에게 이것저것 따질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고 ‘원래 어떤 영화든 촬영 중반을 넘겼을 때 제일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 감독은 충무로 스태프 경험이 없다. 그는 “해봐야겠다 싶을 때는 이미 나이가 들어 어떤 현장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며 “죽으나 사나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데뷔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도희야’의 국내 개봉은 22일이다.

 ◆"속도감이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찍었다”=‘표적’은 22일 자정 즈음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칸에 상영된다. 액션·호러·판타지 등 상업성·작품성을 겸비한 장르물을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표적’은 살인 누명을 벗으려는 남자 여훈(류승룡)과 납치된 아내를 구해야 하는 태준(이진욱)의 동행을 그린 액션영화로, 이미 국내에서 250만 넘게 관람했다. 원작인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 프레드 카바예 감독)의 주요 설정은 그대로 살리되, 원작보다 긴장 넘치는 인물 관계와 고난도 액션을 숨 돌릴 틈 없이 펼쳐냈다.

창(39)감독은 국내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연출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영화는 공포물 ‘고사 : 피의 중간고사’(2008)로 데뷔해 이후 6년 만에 ‘표적’을 내놓았다. 그는 “멋 부리는 대신 실제 액션 연기로 숨이 턱에 찬 배우들의 진짜 표정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액션 장면을 대부분 롱테이크로 촬영해 편집에서 쪼개 붙였다”는 설명이다.

“ 속도감이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모든 캐릭터가 분초를 다투며 내달리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칸영화제 초청을 “예상치 못한 기쁨”이라며 “첫 장편 이후 지금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성란·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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