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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긴장하라 … 소니엔 원천기술·콘텐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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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소니가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전시한 웨어러블 기기
사카이 대표

이달 9일 네덜란드 인력운영업체 랜드스타트가 세계 23개국 대학생·직장인 등 19만5000명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물었다. 1위는 독일의 BMW, 2위는 일본 소니였다. 삼성전자는 소니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굿바이 소니』(2012년), 『소니 침몰』(2007) 같은 책들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보통 사람 머릿속의 소니는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최근 소니는 팔다리를 자르는 고통을 견디며 목숨을 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최근 창업 터전이었던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인근 고텐야마(御殿山)의 옛 본사 건물을 매각했고, 올 2월에는 고급 노트북의 상징이었던 PC 브랜드 ‘바이오’도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TV사업부문도 올 7월 자회사 형태로 분사할 예정이다. 이달 14일 발표한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실적은 1285억 엔(1조3000억원)의 적자(순손실)를 기록했다. 매출(7조7673억 엔)은 전년보다 14% 늘었지만, 영업이익(265억 엔)은 88% 줄어들었다.

 1980년대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의 새 장을 연 ‘워크맨’으로, 90년대에는 고화질 TV의 대명사 ‘베가’로 가전제품 전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누리던 소니가 과연 이대로 몰락할까. 최근 단독 인터뷰한 사카이 겐지(坂井賢司·59) 소니코리아 대표는 ‘소니의 몰락’이라는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가 몇 가지 비즈니스를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인들은 지금 당장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구분 논리가 강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신 그는 ‘바이오’로 대표되는 PC사업 매각과 TV사업부문 분사 등 사업 구조조정이 소니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활하기 위해 겪는 고통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사카이 대표는 “우리가 좀 늦긴 했지만 모바일은 소니가 뉴월드로 가는 티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차세대 웨어러블(입는) 기기의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올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처음 공개하고 최근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와 스마트와치2·스마트밴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스마트 시계의 경우 2012년 초에 이미 첫 번째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며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결코 늦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니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930만 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3.3%에 그쳤다. 중국의 화웨이(3위)와 레노보(4위)·샤오미(6위)에도 뒤져 세계 8위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8600만 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31.2%로 세계 1위를 지켰다. 스마트 시계의 경우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로 1분기 시장의 71%를 차지했지만, 소니의 점유율은 11.4%에 그쳤다.

 이에 대해 사카이 사장은 ‘소니의 1위 DNA와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광학과 오디오 같은 원천기술에다 영화·음악 등 콘텐트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며 “조만간 이런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면 소니는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최근 급성장한 중국 등의 기업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카이 사장은 “소니의 비밀을 하나 얘기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소니의 모바일 부문 엔지니어들은 미국에 있는 소니픽처스와 소니뮤직 소속의 감독·배우·뮤지션과 긴밀히 협조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의 눈으로 들여다본 스마트폰과 카메라 등을 통해 소니만의 색깔과 영감이 담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소니의 몰락’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전자기기 디자인과 기술력에서 여전히 세계 정상일 뿐 아니라 음악과 영화·게임 등 콘텐트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일단 다시 뛰기 시작하면 무시하기 힘든 속도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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