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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 겨울도 예외 없이 독감은 유행하는 모양이다.
보사부는 일본·홍콩·소련 등 아시아 지역에 유행성 독감이 크게 번지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통보에 따라 22일 전국에 독감주의보를 내렸다. 또 올해는 독감이 맹위를 떨치는 10년 주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들과 노약자의 경우 자칫 희생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보사부의 독감주의보는 이미 우박이 쏟아지고 있는데 호우주의보를 내리는 것만큼 늦었다는 느낌이다. 가정에서, 이웃끼리, 직장에서, 거리에서 『독감에 걸렸군』, 혹은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는지요』라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띈지 벌써 며칠 째다.
의료계에서는 우리 나라 방역 망의 후진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전염병의 만연에 대한 사전 예측이나 현황 파악의 현대적인 체계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독감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의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검출해 내는 실험 설비와 전문가가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점은 우리 나라 방역 사업의 근본적인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전염병에 대한 방역 당국자의 인식 부족이 바로 그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세계보건기구가 「아시아」 각국에 신형 독감의 유행을 통보한지 1주일이 넘는다. 그래서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6일전에 신형 독감주의보를 내렸었다.
독감의 잠복기가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점을 상기하면 우리 나라에 이 독감이 번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4, 5일이 되었다. 이것은 전염병 학자들의 이론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독감이 유행한지는 적어도 2주일은 되었다.
전염병의 유행은 시간을 다툰다. 하루 아니 몇 시간만 늦어도 그 유행은 폭발적으로 돌변해서 숱한 희생자를 내고 만다. 이점 방역 당국자의 깊은 인식이 강조되는 것이다.
한편 만연되고 있는 독감에 이기기 위해 시민들은 일반 섭생에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
『감기에 약이 없다』는 말은 아직 의학적인 사실이다. 다른 전염병과는 달리 예방 「백신」도 시원치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섭생이라는게 의사들의 의견이다.
수온주가 급강하한데다 연말연시의 분주함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감기에 걸리기 똑 알맞게 외인을 만들고 있다. 몸의 균형과 조화가 자칫 깨지기 쉽고 과로하기 쉬운 점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휴식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감을 이기는 것은 물론 건강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가족 전체의 영양 생활에도 유의해야겠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육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이 다량 들어 있는 채소류를 어느 때 보다도 많이 먹도록 하라는 영양 학자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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