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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수평적 호혜」 관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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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동진 외무장관은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의 수직적인 의존 관계에서 호혜적인 수평 관계로 수정돼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불편이나 잡음은 냉정하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수원자로서의 입장을 지양해야 될 때가 왔다고 본다면 우리도 자신의 자립 정신 앙양과 국력 신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19일 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관훈 「클럽」 주최 만찬에 참석, 「국제 환경과 우리의 외교 과제-한미 관계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연설한 박 장관은 『박동선 사건으로 인해 한미 양국이 종래 유지해온 긴밀한 유대 관계가 부당하게 영향을 받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되며 이 사건은 주권의 상호 존중과 호혜 원칙에 따라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건은 한미간에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박 장관은 『「워싱턴」 정계 일부 소식통들은 박 사건을 한미 관계 다도 미국 내 양 정당간의 정치 선전전 또는 당내의 노소 양층간의 패권 쟁탈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까지 의심하면서 사태 추이를 분석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 『미 행정부나 의회의 양식 있고 국제 정세를 냉정히 분석 평가하는 의원들은 이 사건으로 동북아 내지 태평양 전역의 안보에 직결된 한국의 안전 대책에 영향이 가서는 안됨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철군 보완책에 언급, 『만일 보완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여 전쟁 억제력이 약화되거나 또는 국제 정세에 변동이 있을 때에는 철수 계획 자체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변하는 국제 정세 하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국익의 우선 순위가 변한데 우리가 깜짝 놀라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연설 뒤 가진 질문 답변에서 박 장관은 『박동선씨의 도미 증언 협조와 관계없이 정부는 박씨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를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밝히고 『박씨가 주한미대사관에서 미측 수사관과 면담하는 것은 미 정부의 박씨에 대한 면책권 및 기소 취하 조건을 협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주권 손상과 결부시킬 문제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박 장관은 『박 사건의 처리가 지연된 것은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이 사건을 미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데다 사건을 박씨 개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한국 정부 및 요인들과 결부시킴으로써 우리 정부가 불쾌감을 느꼈던 데에 요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미 하원 「프레이저」 소위 조사관들의 체한 활동은 우리의 기대대로 주권을 손상하거나 자극하는 면이 별로 없어 이로 인한 새로운 문제는 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 공산권 관계 개선에도 언급, 『소련과는 점진적인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공과는 이렇다할 진전이 없으며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철군에 따른 외교적 보완책이란 미국이 소련·중공 등에 한반도 평화 유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적절한 권고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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