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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청소년 게임 개발 커뮤니티 '아덴' 운영진 이재현·오새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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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아덴 운영진 이재현(왼쪽)씨와 오새찬군.

시간을 때우려고, 재미있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렇게 별 생각 없이 게임을 한다. 하지만 게임이 꿈이요 미래인 이들도 있다. 게임 산업을 꿈꾸는 10대들에게 정보를 주고 멘토링하는 청소년 게임개발 커뮤니티 ‘아덴(cafe.naver.com/adenteam)’의 회원은 3000명이 넘는다. 아덴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이재현(20·청주대 반도체공학과 2), 오새찬(18·성남 풍생고 3)을 만나 게임이 꿈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덴은 2007년 10대들이 모여 만든 게임 개발 정보 공유 카페였다. 당시 카페를 개설한 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카페의 성격이 진로 정보 공유와 멘토링으로 점차 바뀌었다. 아덴에선 게임 관련 기사 번역 자료, 국내 업계 동향, 게임 관련 직업 정보 등이 공유된다. 나아가 청소년과 현업인의 만남,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영어 기사 번역 스터디도 꾸린다.

아덴이 자체 개발한 기능성 보드게임 ‘듀토리얼’ 워크숍도 흥미롭다. 흔히 게임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하면 개발자나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 정도를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 아트 분야만 해도 ‘픽셀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컨셉 아티스트’ 등 10가지가 넘는 직업으로 나뉜다는 게 아덴 측의 설명이다. 듀토리얼은 수많은 이들의 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기획자·프로그래머 등 각 분야 전문가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등 게임 만드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게임이다.

-게임 관련 정보가 부족한 편인가.

“꿈꾸는 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정보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른 분야에선 정부 관련 공모전이 많아 수상하면 진학에도 유리한데, 게임 관련 공모전은 정부가 주최하는 건 거의 없다. 게임 제작사들이 여는 공모전이 몇몇 있을 뿐이다. 워낙 정보가 없으니 10대뿐 아니라 20대도 아덴에 가입해 활동한다.”(이)

“적성검사도 여러 번 해봤는데, 게임 관련 직업은 아예 직업 목록에서 제외돼 있었다. 다른 직업군은 ‘버섯포자연구원’ 처럼 세분화돼 나오는 걸 보면 슬프다.”(오)

-오군은 인문계고교에서 게임 관련 진로를 준비하려니 쉽지 않겠다.

“평일엔 자율학습을 하고, 주말에도 학교·학원에 간다. 자유시간은 1주일에 4시간 정도다. 게임 개발에 대한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된다. 한 반에 한 두 명씩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인문계에선 이런 꿈을 좋게 봐주지 않는다. 일단 게임공학과 진학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오)

-게임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적성이 뭘까.

“이 세계를 알아갈수록 사회성이 가장 필요한 덕목 같다. 협업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오)

“게임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업계에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게임의 역사가 길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해는 그리 길지 않을 거다. 1세대 게임 플레이어가 30~40대로 올라갔으니 나아지지 않을까. 스마트폰 보급으로 50~60대도 게임을 하니 점점 달라질 거라 기대한다.”(이)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구분할 수 있을까.

“나쁜 게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쁜 사용자는 있을지 몰라도.”(이·오)

-좋은 게임으로 분류되는 ‘기능성 게임’이란 분야도 있던데.

“청소년은 기능성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다. 나도 ‘굿게임쇼’를 보고 처음 알았다. 조사해보니 의료·군사·과학·교육 등의 목적으로 쓰는 게임이 있더라. 기능성 게임이 활성화되면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귀농을 돕는 기능성 게임을 기획해 본 적도 있다. 사회에 도움되는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오)

“나는 지금 전공하는 하드웨어 지식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교육용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이)

-부모들은 돈 잘 버는 직업을 원하는데.

“아는 프로그래머 형이 ‘정신 없이 일하고 나니 통장에 10억이 쌓였다’고 하더라. 부모님들이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게임 개발은 하루 종일 머리를 써야 하는 고도의 직업이고, 고급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다.”(이)

-게임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꿈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요리사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오랜 고민 끝에 이쪽으로 진로를 잡았을 때 부모님은 또 반대하셨다. 하지만 이번엔 포기하지 않았다. 아덴에서 행사를 기획하면서 뉴스에도 나오는 등 꿈을 위해 직접 뭔가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인정해주시더라.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고민만 하다 멈추지 말고 몸으로 부딪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겪어 보면 머릿속으로 그리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이)

글=이경희 기자 ,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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