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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좋은 게임의 세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청소년의 심야 인터넷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지난달 24일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이용률과 중독성이 높은 특징을 감안하면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라고 밝혔지요.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결정이라며 “공부도 셧다운하라”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의 한편에선 게임의 장점을 찾고 바르게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소년중앙이 ‘좋은 게임’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1 창던지기 게임. 2 서울 군자초 조주환 교사가 제공한 키넥트 수업 장면. 3 장애물 달리기 게임.

교실에서 게임으로 체육 수업

14일 서울 등촌동 유석초 3학년 2반 교실에 대진표가 걸렸다. 28명의 아이들이 6개 조로 나뉘어 100m 달리기, 창 던지기, 장애물 달리기 등 3개 종목에 출전한다. 선수들이 입장한 곳은 운동장이 아닌 교실의 TV 앞이다. 담임 김수호(31) 교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화면에는 운동복을 입은 아바타가 등장한다. 출발 신호와 함께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죽어라 뛰기 시작한다. 아바타는 아이들의 몸동작 그대로 게임 화면 속의 트랙을 달리고, 장애물을 넘는다.

이 학급은 1주일에 한번 돌아오는 ‘담임체육’ 시간에 교실에서 ‘키넥트’ 게임으로 수업을 한다. 사람의 동작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센서 키넥트
를 활용한 XBOX 게임이다.

황이린 양은 “너무 덥거나 추워서 밖에서 활동하기 힘들 때도 교실에서 운동할 수 있고, 자기 자세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운동 실력과 게임 점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라 아쉽지만, 운동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3년째 키넥트 활용 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5학년과 6학년, 3학년까지 지도해봤는데 모두 좋아한다. 상대와 경쟁을 하기 위해 짧은 시간이라도 폭발적으로 근육을 쓰기 때문에 운동량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각종 스포츠와 댄스 등 체육활동에 주로 쓴다. 하지만 김 교사는 “달리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속력 구하기 등 과학이나 수학 교과와 연계하거나 언어를 영어로 선택해 외국어 교육에 활용하는 등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대학교 및 유치원까지 230여 개 학교가 키넥트를 활용중이다. 박상진 과장은 “특수 교육에서도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올해부터 ‘장애인 e스포츠대회’에 키넥트 스포츠 육상종목이 채택돼 9월부터 학교별 토너먼트 대회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는 공부

키넥트 활용 교육 커뮤니티 키넥트스쿨(cafe.naver.com/kinectschool)을 운영중인 서울 군자초등학교 조주환(41) 교사는 키넥트 활용 교육을 ‘체감형 디지털 놀이학습’이라 명명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로 무장된 아이들에게 예전 방식으로 가만히 앉아서 글로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건 맞지 않다”며 “몸으로 움직여 근육이 기억하면 더 오래 간다. 그것이 체감형 놀이학습의 힘”이라고 말했다.

“요즘 교사 연수 중에 ‘골목놀이 지도’가 있어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게 최고라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규칙을 일일이 정해주고 노는 방법을 가르쳐야 해요. 자기들끼리만 뛰어 놀아본 경험이 없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매개체가 되니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법도 배우더군요.”

조씨의 학급은 매일 오전 8시부터 40분간 키넥트로 체육을 하고 20분간 독서를 한 뒤 수업을 시작한다. 그는 “우리 반엔 지각이 단 한 명도 없다. 흔히 게임의 역기능이라 불리는 몰입과 집중이 교실에선 장점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교실 게임은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혼자 게임을 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중독되기 쉽습니다. 교실에선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함께 즐기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요. 물론 자기 할 일을 하고 난 뒤에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과, 가상체험과 현실의 차이점을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흥미로운 건 게임 앞에선 기존의 학업 순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체육 교육의 문제점이 잘 하는 아이만 시범을 보이면서 못 하는 아이는 점점 위축되는 것이었거든요. 또 지식을 말과 글로만 표현할 때와 달리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면 공부를 못 하던 아이들이 더 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도 비만이나 ADHD가 있는 아이들이 키넥트에선 더 잘 해요.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칭찬을 따로 안 해도 자존감이 올라가죠.”

그는 키넥트 외에도 ‘스마트 짐보드’도 활용한다. 옛날의 ‘DDR(댄스 댄스 레볼루션)’을 닮은 발판 아래에 스프링 보드가 달려 있어 운동화를 신지 않고 뛰어도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는 게임 장치다. 영어로 된 ‘흥부 놀부’ 스토리텔링 달리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어와 체육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미래를 예측하기 가장 좋은 게 게임입니다. 첨단 기술이 모두 투입되거든요. 그래픽도 영화 보다 화려합니다. 부모님들이 게임을 안 하니 그런 걸 모르는 거죠. 단순히 게임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알고 자기가 원하는 걸 창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도록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조씨를 비롯해 키넥트 활용 수업을 하는 몇몇 교사들이 23~2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굿게임쇼 2014’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마련한 ‘미래교실’ 부스에서 시범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병원·기업으로 들어간 게임

‘굿게임쇼’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재미와 유익함을 갖춘 ‘좋은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여는 행사다. 20009년 ‘경기기능성게임 페스티벌’로 시작해 지난해 '굿게임쇼'로 이름을 바꿨다. 기능성 게임이란 교육·스포츠·의료·국방·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의 오락적 요소를 접목해 활용되는 게임을 말한다. 치과 수련의가 환자를 진료하고 차트를 검토하며 임플란트 시술 연습을 할 수 있는 게임, 파병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군사용 3D 시뮬레이션 게임, 집중력과 기억력 등을 높이는 두뇌 훈련 게임, 석유가 고갈된 상황을 경험해보는 게임 등을 가리킨다. 하지만 ‘기능성 게임’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굿게임’으로 행사 이름을 바꿨다.

'기능성 게임 현황 및 활성화방안 연구' 보고서(한국콘텐츠진흥원, 2013)에 따르면 세계 기능성게임 시장 규모의 추정치는 최저 3조3000억원 규모다. 게임 산업에서 앞으로 10년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미국이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한국은 세계 시장의 약 6%를 차지한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 ‘호두잉글리시’ 등 학습 게임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크다. 인터넷 예절 교육 게임 ‘건강한 네티켓 수업’, 우리나라 전통 문화와 지역 문화유산을 교육하는 게임 ‘라온아띠’, 환경 교육 게임 ‘에코프렌즈’ 등도 개발됐다. 아산병원 의료진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만든 치매 예방용 게임 ‘젊어지는 마을’도 있다. 하나은행·신한은행·국민은행 등 금융 기업도 직원 업무 교육용으로 롤플레잉 게임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굿게임쇼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흥미를 가질만한 기능성게임이 소개된다. 병사들의 전투 훈련에 사용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 ‘이동형 전술 훈련 시스템’부터 지난해 ‘좋은 게임’에 선정된 환경을 생각하는 보드게임 ‘북극곰을 부탁해’까지 만나볼 수 있다. 드럼 연주법을 익힐 수 있는 ‘스크린 드럼 스쿨’ 게임, 노래 부르는 사람의 표정과 동작까지 인식해 댄스 점수를 매기는 노래방 배틀 게임 ‘배틀존’ 등이 출품된다. 도구를 머리에 부착하고 뇌파로 게임을 조작하는 ‘브레인 게임’도 흥미롭다. SKT가 개발한 유아용 학습 게임 로봇 ‘로봇아띠’도 공개된다. 팀 배틀이 가능한 비행 완구 ‘드론파이터’,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 ‘모션디바이스’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길을 끌 듯하다.

그 밖에도 부모가 어린 시절 즐긴 추억의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터,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함께하는 ‘어린이 재난 대피 교육장’ 등도 마련된다.

◆ 굿게임쇼 관람 정보
일시 5월 23~25일
장소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 전시장
입장료 성인 3000원, 36개월 이상 어린이 1000원
문의 굿게임쇼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www.goodgameshow.or.kr)

글=이경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 경기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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