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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밀어야제" vs "작당공천 화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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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때 묻지 않은 사람이 광주시장을 할 때가 됐제. 윤장현이에게 기회를 줘서 밀어줘야제.” A씨(66·광주 서구 택시기사)

 “전략공천이 말이 돼? 경선을 해서 이긴 사람을 뽑는 게 민주주의잖어! 너무 황당해서 화딱지가 난당께!” B씨(70·광주 양동시장 약초가게 상인)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되새기게 하는 18일 광주의 민심은 ‘안철수발 전략공천’을 놓고 갈라져 있었다. 야권의 상징인 광주에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윤장현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한 뒤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탈당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례 없는 안방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민심도 갈리어 있었다. 이 때문에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해 윤 후보와 맞대결을 벌일 경우 승자 예측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당에선 나온다.

 34년 전 민주화 항쟁이 벌어졌던 동구 금남로·충장로 일대. 옛 전남도청 앞에서 만난 선민경(79·광주 광산구)씨는 “지금 공천 땜시 야단이여. 안철수, 광주 땅을 못 밟게 해야 해”라고 비난했다. “전략공천으로 인해 새 정치의 가치가 퇴색했다”고도 했다. 옆에 있던 장모씨(60·광주 동구)도 “저그들 언제 광주를 신경 썼다고. 아주 두 대표 꼴도 보기 싫어”라며 “광주는 야권의 텃밭인데 당연히 경선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공천을 했으니 광주가 완전히 분열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원 이모씨(28·광주 서구)는 “여전히 안철수 대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가 추천했다면 다른 정치인들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며 “오히려 안 대표가 좀 더 실천력과 추진력 있게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광주에서 태어나 줄곧 자랐다는 문병진(22·광주과학기술원 재학)씨는 “안 대표가 정말 새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결국 다른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갈라진 민심은 광주 곳곳에서 반복됐다. 광주의 번화가인 서구 광천동과 농성동. 이곳엔 버스터미널과 대형 백화점 등이 있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실이 몰려 있다. 여기서 만난 박충해(60·광주 남구)씨는 “지금 강운태·이용섭 세력의 숫자를 무시 못해. 그 사람들 밥통이 달린 문제”라며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는 건 광주서 시작돼야 한다”고 전략공천을 지지했다. 그는 “지금의 반발은 기득권 세력이 긴장해서 떨고 있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윤장현 바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오환(60·광주 서구)씨도 “지식인들은 전략공천이 잘못됐다고 하지만 밑바닥 민심은 절차상, 과정상 문제가 될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 윤장현씨가 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며 “맘속에선 이렇게라도 바뀌어야 광주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선(71)씨는 “우리는 누가 되든 상관없어. 근데 최소한의 절차는 지켜야지”라며 “그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작당해서 후보를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광주 서구에서만 30년째 조경업을 하고 있다는 채동선(63)씨는 “후보들의 싸움 때문에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의 이미지가 굉장히 나빠졌다”며 “후보들 간 논의를 해서 서로 양보를 좀 했으면 좋겠다”며 중재론을 내기도 했다. 광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구 양동시장. 이곳에서 4년째 야채가게를 하고 있는 장선숙(50)씨는 “호남엔 그냥 전략공천을 해도 먹힐 거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안철수가 하면 다 될 줄 알았는가”라며 “지금이라도 무소속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해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00여m 떨어진 분식집에서 일하는 직원 구모(46)씨는 “광주는 예산 좀 많이 확보해서 지역 개발을 했으면 좋겠어”라며 “그러니 무소속보다는 당적이 있는 윤 후보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구씨는 그러면서도 “안철수는 일단 더 봐야 할 것 같아. 정치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전날 광주를 찾은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전략공천에 대해 “광주시민들께 미리 충분하게 상의 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전략공천은 정치권 밖의 능력 있고 참신한 분을 영입할 수 있는 수단이며 당에도 지도자로 자리 잡으신 분들이 많다”고 해명했다. 광주=이윤석 기자,

최하은 인턴기자(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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