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악>세계적인 지휘자·가수들 끌어들여 「오페라」 왕국 건설 꿈구는 서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 「오페라」의 중심이 서서히 서독으로 옮겨지는 경향이다.
「오페라」하면 「뉴욕」의 「메트러폴리턴」이나 「파리」의 「오페라」좌를 연상해 왔으나 서독이 경제 호황에 맞추어 세계 굴지의 연출자나 지휘자 또는 가수들을 「스카웃」함으로써 세계 「오페라」계에 큰 파문을 주고 있다.
최근 「베르디」작 『리골렛토』를 공연한 「뮌헨·오페라」의 출연자들을 보면 모두가 세계 정상의 가수들. 넘쳐흐르는게 「마르크」화이기 때문에 내노라하는 음악가들이 줄지어 「뮌헨」 행이다.
출연료 지불 명세를 살펴보면 하루 수입으로 서울의 어지간한 집 한채를 살 수 있는 「멤버」만도 20여명에 이른다.
「폴란드」 출신으로 여지껏 부국에서 활약하다가 이곳에 정착한 세계 1급의 연출가 「로만·플란스키」는 l회 연출료가 5만「마르크」 (한화 약 1천만원)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며 「오키스트러」 지휘자 「칼로스·클라이버」, 무대 감독 「지안·칼로·메노트」도 2만「마르크」 (4백만원)-.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개런티」가 높은 「테너」 가수인 「스페인」의 「플라시도·도밍고」는 하루에 3만「마르크」 (6백만원)이며 2만「마르크」선의 가수는 「이탈리아」 출신의 「소프라노」「미레라·프레니」 등 10여명이 넘는다.
이렇듯 살인적인 (?)「개런티」를 받는 「스타」급 이외에 「오키스트러」와 합창대·배우·무용수 등까지 합치면 단원이 무려 4백여명. 때문에 2시간30분짜리인 『리골렛토』 1회 공연 경비가 무려 4백만「마르크」 (8억원). 서독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오페라」 사상 최대의 호화 「캐스트」인 것이다.
서독의 「오페라」는 18세기까지 영주, 19세기엔 거상들로부터 푼돈이나 얻어 쓰다가 「바이마르」 공화국이 보조금 지원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때문에 정부가 모든 운영비를 책임질 뿐더러 입장료가 최저 12「마르크」 (2천4백원)인 『리골렛토』의 경우 주정부가 60「마르크」 (1천2백원), 산업 기관이 80「마르크 (1천6백원)씩 입장권에 보조하는 실정이니 「오페라」의 천국이라면 서독을 들먹일 수밖에 없다.
단지 한가지 흠을 잡는다면 납세자의 5%만이 「오페라」를 즐길 뿐 나머지 95%가 정부보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축구 「팬」이라는 점이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