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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관세 폭격] 하이닉스 회생노력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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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정부의 상계 관세 예비 판정으로 가뜩이나 D램 메모리값 약세로 고전 중인 하이닉스는 회생 노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하이닉스는 당장 상계관세 부과 결정이 미국 관보에 실린 뒤부터 통관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예치금을 내야 한다. 업계에선 예치금이 매달 2천3백만달러(약 2백90억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의 미국 수출 물량은 전체 수출물량의 26% 정도인데, 여기에서 현지 공장 생산분(14%)을 뺀 물량(12%)이 예치금을 내야 하는 대상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이달 중순께 D램 보조금 예비판정에서 35% 정도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경우 추가로 9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된다. 이럴 경우 하이닉스는 매달 3백80억원대의 예치금을 내야 해 자금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치금 마련 못지 않는 부담은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다. 미국과 유럽지역 수출이 대부분 장기 대형 공급선이기 때문이다. 공급 차질을 우려한 거래선들이 납품 업체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예비 판정이 나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메시지를 대형 거래선들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대미 수출 차질이 현물시장 물량 폭증으로 이어져 현물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고 하이닉스의 어려움을 이용해 대형 거래선들이 고정거래가 인하 압박을 가해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판정에서 상계관세율이 두자릿수가 되면 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잃고 채권단이 마련한 각종 회생 방안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이닉스의 대응=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EU에서 상계관세 부과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 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이에 따라 2002년 6월 한때 32%까지 달했던 미국 수출 비중은 현재 26% 안팎으로, 17%대였던 유럽 지역 수출 비중도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신 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대한 물량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수출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현재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이달부터 1억달러를 투자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 공장의 증산이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할 경우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진 공장의 D램 생산 능력은 256메가 기준으로 한달 3만2천개 정도다.

파하드 타브리지 하이닉스 마케팅부문 전무는 "0.15마이크론 공정을 0.13마이크론 공정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유진공장 생산량이 지금보다 50%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또한 IBM.델.HP 등 PC업체들의 동남아 현지법인에 D램을 수출하는 방안을 거래선들과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상계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마더보드(주기판)의 80%를 생산하는 대만 업체들과 제휴해 이들 업체에 D램을 수출.가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마련한 대책 중 마더보드 조립 수출 등의 경우는 미국 측이 일종의 부당거래로 간주, 또 다른 형태로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

LG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마련한 수출 다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대미 직수출물량이 전체의 3%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또 6월 말께로 예정된 확정 판정에서 유리한 결정을 얻기 위해 태스크포스팀 30여명과 미국 현지 변호사 10여명을 총동원했다.

하이닉스는 상계관세 판정과는 무관하게 ▶이미지퀘스트▶현대오토넷▶현대정보기술▶온세통신 등의 지분을 매각하고 비메모리 부문에 외자를 유치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는 4년여간의 구조조정 결과 1개 회사가 총 35개 회사로 분리.분사.매각됐으며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 왔으나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경영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채권단이 21대1의 감자안과 무담보채권 1조9천억원을 주당 4백53원 이상에서 출자전환하는 내용의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인 데 힘입어 이후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美 상무부의 D램 제소 일지

▶2002 11.1 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 한국산 D램 제소

▶11.21 미 상무부, 상계관세 조사 개시 결정

▶12.13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산업피해 예비 판정

▶2003년 2.3 한국 정부 답변서 제출

3.17 산업자원부 장관, 미 상무부에 서한

3.18 통상교섭본부장, 상무부에 서한

4.1 미 상무부, 상계관세 57.37% 부과 예비 판정

4.21 미 상무부, 국내 실사 개시(예정)

6월 중순 미 상무부, 보조금 지급여부 최종 판정(예정)

7월 말 미 국제무역위, 산업피해 최종 판정(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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