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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의 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고가 난 장성탄광에서는 아직도 치명적인 「가스」가 빠지지 않고 있다. 이것을 알려준 것은 50마리의 십자매와 「카나리아」들이다. 지난 20일 저녁에 십자매 두 마리가 들은 새장을 처음으로 수갱 2백25m지점의 「레벨」승강장에 10분쯤 넣었다 빼냈다. 그러자 한 마리가 죽고 말았다.
십자매나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에 매우 민감하다. 공기 속의 일산화탄소의 함유량이0·5%일 때, 사람은 10분을 버틸 수 있지만 이들은 1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영국의 탄광에서도 「카나리아」를 이용하여 유독「가스」를 탐지해 왔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2차대전이후 「잉꼬」새들에 의해 왕좌를 도전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애완용 새 중의 으뜸이 되고 있다. 특히 다른 새소리의 흉내도 잘내기 때문에 서독에선 「나이팅게일」의 미성까지도 흉내낸다고 한다.
「카나리아」나 마찬가지로 십자매도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종이다. 크기는 대충 참새 크기와 같다.
다만 「카나리아」가 아름다운 공작부인이라면 십자매는 흔한 농부의 딸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둘이 서로 의좋게 갱도 속에서 「가스」탐지에 목숨을 바치고 있다. 갱 밖에서 사람들의 손발이 안 맞는 것과는 상관없이. 짐승들에는 일종의 초능력 자들이 많다. 「스탠퍼드」대학의 「크레어」박사는 「침팬지」에는 지력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
「스모그」가 심한 날 개나 고양이가 거리에 나오지 않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폭풍우가 다가오면 고래는 외양으로 대피한다. 개구리는 뛰어난 천기예보관이기도 하다.
우주비행에 짐승들이 동승하는 예가 많은 것도 짐승들이 사람보다 여러가지로 더 민감하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타고 우주를 난 짐승은 소련의 개였다. 미국도 61년에 원숭이를 처음으로 띄워 올렸다. 이것들은 인명을 살리기 위한 예비시험용만은 아니었다.
그후에도 주로 쥐·파리·거미·올챙이 등이 우주환경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데 이용되어 왔다.
그러니 탄광 속에서 「카나리아」와 십자매가 크게 활약하고 있다고 별로 장한 일도 못된다.
그러나 유독「가스」의 탐지에 아직도 십자매를 쓰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좀 딱해 보인다.
그나마 왜 처음부터 「카나리아」를 쓸 생각을 못했는지 궁금하다. 그랬더라면 혹은 목숨을 더 많이 건져낼 수 있었을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럴수록 십자매나 「카나리아」가 50마리씩이나 현장에 있었다는게 다행스러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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